아트그룹제로, 18일부터 안성서 첫 전시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은 주부 3인의 당찬 기획전이 열린다.

주인공은 안일순, 김용정, 김지연씨. 이들은 소설가 혹은 프리랜서 편집디자이너, 사진작가로 각자 활동하던 중 아카데미즘에 반대하는 대안미술 모임 ‘아트그룹제로’를 지난해 겨울 결성했다.

주류·비주류, 프로·아마추어 작가란 미술의 이분법을 지양하고 제로상태에서 자신만의 미술작품을 만들려는 취지에서 그룹을 만든 것이다.

이들은 안성에 위치한 대안미술공간 소나무(관장 전원길)에서 ‘Story about M’(M이야기)이란 주제로 18일부터 내달 1일까지 첫 전시를 연다.

전시 주제인 ‘M’을 거꾸로 하면 여성을 뜻하는 우먼의 첫 글자 ‘W’가 된다. 한 가정의 어머니이자 아내, 며느리 등 여러 역할에 충실했던 이들이 일상에서 찾은 예술적 소재를 작품으로 펼쳐낸다.

안일순씨는 ‘뺏벌’, ‘과천미인’ 등을 출간한 소설가이며, 전직 국어교사다. 여기다 시나리오 작가, 퍼포먼스 예술가, 페미니스트, 연출가 등 화려한 경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전시를 위해 필리핀의 미군기지였던 캡콤과 마답답 마을을 직접 방문해 미군기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여성과 기형아로 태어난 어린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여러 장의 투명한 플라스틱 필름 위에 사진을 복제한 후, 그 위에 글을 쓰고 해체하며 쓰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 투명한 문자회화를 만들어냈다.

김용정씨는 작가 자신이 살고있는 분당의 지형을 지도처럼 연출했다. 그가 사용한 재료는 다양한 패턴의 천과 비즈, 단추, 레이스, 냅킨 등 여성적인 일상용품들. 이들 재료를 가위로 오리고 붙여 섬세하고 화려한 분당지역의 지도를 만들었다.

자신이 거주한 지역에서 작업의 모티브를 찾은 작가의 작품은 수공예로 만든 신 네비게이션을 연상케 한다.

김지연씨는 치과 의사인 남편의 병원을 자주 찾는다. 김씨에게 남편의 직장은 곧 자신의 작업장이다. 작가는 낯선 치과 기구와 엑스레이 사진 등을 흐리게 사진 촬영한다. 환자의 잇몸은 강렬한 붉은색 추상회화가 되고, 낯선 의료기구는 기하학적인 패턴의 작품으로 탄생한다. 디지털 카메라로 작업하면서 컴퓨터 수정을 하지 않는 것이 그만의 원칙이다.

이은화 중앙대 강사는 “예술이 치열한 번뇌의 대상도 현실을 등진 고독한 수행의 대상도 아니며, 그저 일상의 대상이자 우리가 살고있는 일상 그 자체”라며 “이들 작가들이 당당히 내민 도전장에 한국 현대미술의 대안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673-0904.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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