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백운호수 인근의 한 허브농장이 시끌시끌하다.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정오를 넘어서도 그칠 줄 몰랐다.
한국국악협회 의왕시지부(회장 전남순)가 주최·주관한 ‘2005 웰빙콘서트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 5월22일 오후 3시30분 백운호수에 인접한 허브 앤 조이 라벤더 팜(대표 하덕호)에서 열렸다.
허브 비누와 허브 차 등 갖가지 허브 관련 제품들이 즐비한 허브농장엔 허브 향기와 국악의 향기가 어우러져 관객들을 취하게 했다.
공연장은 약 1천800평 규모의 허브 농장 안쪽에 자리잡은 야외 농장. 야외 무대를 별도로 마련, 허브 밭에 60여개의 좌석을 설치했지만 줄기차게 내린 빗방울 때문에 공연장 옆에 마련한 비닐하우스에서 관람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전남순 의왕국악협회장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웰빙을 소재로 창작국악을 펼칠 계획이었는데 마침 허브 농장과 연계가 돼 야외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궂은 날씨 탓에 공연은 30여분간 지체됐고, 실내에서 공연을 열어야 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이후 야외무대 상단에 비닐을 치고 오후 4시쯤 연주를 감행했다.
일요일이면 2천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한다는 이곳 허브농장의 특성도 그렇지만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300여명이 공연장을 메웠다.
사회를 맡은 개그맨 최성욱씨는 간단한 게임을 통해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렸다. 그동안 연주자들은 미처 맞추지 못한 튜닝을 했다. 첫 무대는 권순희씨가 18현 가야금으로 풀어낸 ‘달하 노피곰’. 진중한 선율이 흐르자 거침 없던 빗줄기가 잦아졌다. 신비스런 화음을 자랑하는 18현 가야금의 소리에 하늘도 공연의 성공을 기원한 것일까.
차츰 관람객이 우산을 접고 무대 앞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음곡은 젊은 실내국악단 뮤지꼬레( MUSICORE)의 연주가 펼쳐졌다.
젊은 연주자들의 모임 뮤지꼬레는 피리·태평소 연주자 나원일을 비롯해 김지민(해금·아쟁), 유연수(가야금), 이석호(소금·대금), 조정민(신디·멜로디), 이재화(타악), 이석종(타악) 등 8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첫 작품은 홍동기 작곡의 ‘고구려의 혼’. 웅장한 선율이 서두를 장식한데 이어 서정적인 느낌의 ‘하늘꽃’과 ‘넷’을 연주했다.
여기다 추계예술대 국악과 교수인 강호중씨가 국악가요를 곁들였다. 어머니를 그리는 ‘꽃분네야’와 광주민주항쟁을 다룬 ‘그대를 위해 부르는 노래’,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린 국악동요 ‘산도깨비’를 선사했다.
이어 아침의 상서로운 기운을 담은 연주곡 ‘동틀녘’과 잔잔한 가야금과 해금·대금이 조화를 이룬 ‘빛 바랜 사진’을 선보였다.
짓궂은 날씨탓에 다소 쌀쌀했지만 관람객들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주최측이 준비한 따뜻한 허브차와 허브 화분도 관람객에게 제공됐다.
야외공연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날씨다. 자연의 섭리에 인간의 무력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비록 비는 내렸지만 짙은 허브향과 창작국악의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예술단체와 허브농장이 의기투합해 공연을 진행한 점은 또다른 공연문화의 가능성을 열어보였다. 의왕과 같이 전문 공연장이 없는 상황에서 지역공간의 활용은 공연장이 필요한 예술단체와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유치하고자 하는 공간 운영자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하덕호 허브 앤 조이 라벤더 팜 대표는 “웰빙이란 소재가 허브 농장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기에 흔쾌히 공연제의를 수락했다”며 “기회가 되면 이 같은 공연을 지속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야외공연이란 한계도 있었지만 주최측이 당초 준비한 행사 프로그램과 실제 연주한 곡이 달라 관람객들에게 혼돈을 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불특정 다수의 관람객의 경우 창작국악에 대한 충분한 사전 정보를 제공, 국악의 저변을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
또 공연중 주요 내빈들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하는 문화는 지양돼야 한다. 비록 야외공연이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지만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이 공연을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연주자를 배려하는 공연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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