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953년 수원

전쟁…폐허…동심… 그때 그시절

① 설빔 입고 달려나오는 아이들

53년 2월13일 설날을 전후해 수원 인근 풍경. 당시로는 어느 정도 윤택하게 살았을 것으로 보이는 제법 규모가 있는 농가 앞에서 설날을 맞아 설빔을 곱게 입은 아이들이 밝게 뛰어 놀며 웃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푸근한 정감을 주는 초가집과 밭에서 거둔 수수깡으로 만든 울타리가 고즈넉하다. 대가족인듯 여자 아이 7명은 똑같은 설빔을 입었고 오빠는 검은 교복을 입고 젊잖게 서있는데 막내인듯한 아이가 누나들 사이에서 같이 놀아 달라고 어리광을 피우는 모습이 정답다.

② 폐허가 된 수원역에 선 미군 병사들

52년 12월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중국군과 북한군이 38선 이북으로 후퇴했을 당시 미군 병사 5~6명이 전방으로 배치받기에 앞서 수원역에서 대기하고 있다. 미군 병사 뒤쪽으로 폭격으로 인해 창문과 문짝이 온데 간데 없고 지붕조차 남아 있지 않은 수원역사가 보인다. 수원역사는 을씨년스런 날씨 속에 건물 기둥들마다 탄흔이 나 있다. 숭숭 뚫린 구멍에서 한국전쟁 당시 산하가 얼마나 처참하게 파괴됐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③ 화성지역의 어느 고아원

53년 봄볕이 따스하게 내리 쬐는 수원 인근 ‘OO華城愛OO’라는 간판(고아원으로 추정)이 걸린 집 입구에 모여 선 아이들, 이들의 모습에서 전쟁의 상흔이 남긴 어두움은 찾아볼 수 없다. 비록 차림새는 남루하지만 새로 다가온 새해가 마냥 기대되는듯 아이들의 얼굴이 천진난만으로 넘쳐 난다. 미군이 한자를 잘 몰라 필름을 뒤집어 인화한 게 아쉽다.

④ 소달구지 끄는 촌로

53년 봄 어느날 오후 수원 남서쪽으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농촌. 마을 촌로가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모습이 전쟁중이란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평화스럽기만 하다. 초가집들 사이로 전봇대가 서있는 것으로 미뤄 사람들의 왕래가 많고 꽤 발달했던 마을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종현기자 major01@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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