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의 상(商) 문화라 할 수 있는 장터가 갈수록 죽어가 가슴 아팠는데, 이런 공연으로나마 활력소를 얻을 수 있어 모처럼만에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15일, 5일장이 들어선 용인시 김량장동 문화교다리 인근에서 만난 유후자씨(여·51). 양말과 속옷 등을 팔고 있던 유씨는 이날 오후 3시부터 문화교다리 하천 주차장에서 펼쳐진 경기도립극단의 악극 ‘사랑장터’를 본 뒤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또 밤과 대추를 취급하던 문병구씨(43·용인시 기흥읍 상갈리)는 “지난 3월에 이미 공연 소식을 듣고 이 곳에 터를 잡았다”며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꼬이는 만큼 상인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고 도립극단의 무대를 반겼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찾아가는 공연 ‘모세혈관 문화운동’의 의미를 확장해 지역경제 및 재래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용인 5일장을 출발점으로 도내 53개소의 장터와 농축산물 직거래 장터 7개소 등 60여 개의 재래식 장터를 순회한다는 방침. 이를 위해 전당은 가로 6m·세로 5m(총 면적 16.3평)의 이동특수차량을 제작, 무대장치가 세팅되기 힘든 장소에서도 원활한 무대공연이 가능토록 했다.
프로그램은 총 세 가지다. ‘도립극단의 사랑장터’를 비롯해 전통민요와 흘러간 옛 노래를 들려줄 ‘도립오케스트라 리듬앙상블’, 이색적 분위기가 관심을 끄는 ‘페루의 전통음악 위냐이’ 등으로 이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용인 5일장의 첫 출정에서 보여주었듯 장터에서의 이동무대는 몇 가지 보완해야 할 과제를 남겼다.
우선 장소 선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용인의 무대는 장터 중심가와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일부의 상인 및 유동인구만이 그 혜택을 누렸다. 상점과 인파로 복잡한 장터의 특성상 공간 확보가 어려워 어쩔 수 없었다면 공연 전 길놀이나 상인들이 참여하는 노래자랑 등 여타 오프닝 장치를 통해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어색해하며 먼 발치에서 바라보던 상인들이 시간이 흐르며 극에 동화되고 헤어졌던 부자가 상봉하던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던 만큼 전당의 장터 찾아가기 이동무대는 앞으로 기대되는 바가 크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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