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자꾸 이상한 게 보여요”
수십 명의 생명을 앗아간 열차사고가 일어난 후 16년. 사고 난 열차의 일부 객실은 새 열차에 붙여 사용되고 있다.
이 열차가 폐기되기 전 마지막 운행일, 이날 사고에서 아버지를 잃었던 미선(장신영)이 기차에 탄다. 성인이 돼 기차 내 과자 판매원으로 일하는 미선에게 열차는 애정과 증오가 겹쳐있는 대상이다. 미선이 근무를 바꿔가면서까지 이 마지막 기차를 타게 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밤 11시50분, 서울역발 여수행 기차가 출발하고 미선은 과자 카트를 끌며 객실을 돌기 시작한다. 하지만 기차는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그러던중 미선의 눈에는 남들이 못보는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레드아이’(제작 태창 엔터테인먼트)는 귀신에 대한 공포와 열차 사고라는 재난에 대한 두려움의 결합이라는 데서 일단 돋보이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미선의 눈에 보이는 낯선 풍경은 88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사고 당시의 열차안 모습이다. 그 시대의 옷차림에 머리 모양, 세로쓰기 신문 등이 눈에 띄며 자신이 ‘그날’의 그 기차 안에 타고 있다는데 당황해 하고 있을 무렵 열차는 조금씩 아수라장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멈춰있던 과자 카트가 혼자 움직이더니 아무도 없는 침대칸에는 아이 울음 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하나, 둘 사람들의 시체가 발견되고 마침내 열차는 중간역에 정차하지도 않고 선행 열차를 향해 폭주한다.
영화는 궁금증을 차근차근 쌓아가며 비교적 탄탄하게 공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밤 기차에 탄 사람들의 익명성이 주는 두려움과 원인 모르게 자꾸 모습을 드러내는 귀신의 존재, 죽어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오늘따라 불안하게 들리는 열차의 굉음까지 감독은 관객들을 비명의 즐거움으로 이끄는 데 성공하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초반에 쌓인 기대에 비해 후반부는 그럴싸한 ‘폭발’ 없이 얼버무려지는 느낌이다. 범인이 밝혀지는 부분도 그다지 극적이지 않는데다 범죄 동기도 그리 명확하지 않은 편.
‘링’의 김동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세 번째 극장용 장편 영화다. 15세 이상관람가. 상영시간 9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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