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믿을 건 수출뿐
연간 수출액 2천억달러 시대가 열렸다.
수출은 이제 우리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며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 도래의 유일한 희망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기업들 간의 치열한 경쟁과 세계시장의 글로벌화로 인해 상품에 대한 경쟁력은 더이상 기술과 품질만으로 불충분하게 됐다. 기업들은 불필요한 가격경쟁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전략으로 무장하고 가격보다는 브랜드와 같은 비가격 경쟁을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등 갈수록 치열한 수출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숨막히고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서도 우리 중소기업들은 올 한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세계 곳곳에 ‘메이드인 코리아’의 위상을 널리 알렸다. 지난 64년 1억달러대의 수출국 중 절대 빈곤에서 탈출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각자의 주어진 여건에서 수출 첨병의 역할을 착실히 수행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본보는 올 1월부터 ‘가자 2만불 시대로!’라는 주제로 수출중소기업들의 기술개발 의지, 성공 스토리 등을 연중 기획시리즈로 보도했다. 이에 기획시리즈를 마감하며 올해 수출 2천억달러 달성 과정과 의미, 수출현황을 짚어보고 수출확대 지속을 위한 우리의 과제를 알아본다. <편집자주>편집자주>
1. 올해 수출의 주요 특징
첫째, 80년대 이후 유례 없는 호조세를 보였다.
80년대 후반의 저유가, 저금리, 달러 약세 등에 힘입은 3저 호황기에 버금가는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80년대 후반 우리나라의 수출규모가 5~600억달러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놀랄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둘째,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가 수출을 주도했다.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등 3대 수출품목이 45% 내외의 높은 수출증가율로 수출을 주도한 것이다.
이밖에 컴퓨터, 선박은 물론 석유제품, 철강판, 합성수지, 영상기기, 자동차 부품 등 우리나라의 10대 수출상품 모두 급증세를 보였다.
셋째, 대중국 수출의 호조세 지속했으며 부진했던 대미 수출이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수출증가율은 미국, 일본에 대한 증가율보다 여전히 높다. 2003년부터는 우리나라 수출 1위 시장도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넷째, 우리나라는 중국을 제외하고 경쟁국중 가장 높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1~9월중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은 35.0%이다. 중국이 1~7월중 35.4%로 우리보다 조금 높았지만 대만, 싱가포르, 일본, 태국은 20%대에 머물렀다.
이는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 경쟁국에 비해 우위에 있는 수출상품의 수출호조가 그 원인이다.
다섯째, 올해들어 수출채산성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2002~2003년 동안 악화됐던 수출채산성이 올해 수출단가 상승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수출단가 상승은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기인한 바가 큰데다 원화가치 절상, 임금상승이 계속되고 있어 이러한 수출채산성 개선추이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섯째, 이달말에는 수출이 2천억달러를 훌쩍 넘어 2천5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수출은 2천520억달러로 전년보다 30.0% 증가하고 수입은 2천220억달러로 작년보다 24.1% 늘어나 30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고유가로 인한 세계경제 둔화조짐, 컴퓨터 등의 수출둔화 등이 내년 수출증가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2. 수출 2천억달러의 의미
수출 2천억달러를 100달러 지폐로 쌓으면 그 높이는 무려 240km에 달한다.
이 높이는 무역센터 트레이드 228m의 약 833배, 에베레스트산 8천848m의 약 27배, 성층권 최고고도 약 50km의 5배 정도에 해당한다.
또 1달러 지폐로 늘어 놓으면 지구 780바퀴를 돌수 있다.
일평균 수출 규모인 1조원(8.9억달러)을 주요 품목의 수출량으로 환산하면 중형차는 5만대, 쌀은 625만가마, 자장면은 3억그릇에 상당한다.
남미 38개국 전체 수출규모인 2천119억달러(2003년 기준)에 육박하는 수준이며 아프리카 전체 53개국 수출규모인 1천725억달러를 초과한다.
수출 2천억달러 달성은 우선 수출이 우리경제의 견인차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올해 수출은 지난해에 이어 내수침체 속에서도 우리경제 성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으며 수출이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민간소비는 1.0% 감소, 설비투자는 3.0% 증가에 그친 반면 수출은 38.0% 증가해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100% 내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홍콩을 추월하고 처음으로 세계 11위 수출국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가 목표로 하는 2008년 세계 무역 8강의 초석 마련에 성공했다.
우리나라 수출순위는 90년대 초반부터 세계 12~13위를 오르내렸지만 세계 수출 빅5(독일,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와 상위권 수출대국(영국, 네덜란드, 이태리, 캐나다, 벨기에, 홍콩) 등과의 차이를 좁혀왔다.
우리나라의 수출 2천억달러 달성시점은 빅5와는 18~24년, 상위권 수출대국과는 2~10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한국경제의 자신감 회복과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조기 실현 가능성을 열었다.
수출 2천억달러 달성은 우리경제에 확산돼 있는 심리적 불안을 완화시켜 실종된 자신감과 목표의식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국민소득 2만불 달성 시기를 2~3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국민소득 2만불 달성의 주요 전제 조건중 하나인 수출 3천800억달러 내외 달성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3. 수출 2천억달러는 또 다른 시작
수출 2천억달러를 넘어 향후 3천억달러, 4천억달러 나아가 5천억달러로의 수출확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수출 3천억달러 이상을 기록한 미국, 중국, 캐나다 등의 나라를 보면 국토, 인구, 부존자원, 기술 등 다방면의 초강대국들이다.
또한 이같은 수출대국들도 2천억달러를 넘어 3천억달러 달성에 소요된 기간이 독일, 일본, 프랑스, 미국과 같은 초일류 경제대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대체로 9년 내외가 소요됐다.
특히 앞으로 무역환경은 우리 수출에 기회와 위협요인을 동시에 충족하고 있어 이의 효과적인 대응여부에 따라 우리 수출의 앞날이 크게 달라지게 될 것이다.
경기지방중소기업청 수출지원센터 한기원씨는 “우리나라의 수출순위는 지난 8년간 현격한 격차를 보였던 홍콩을 추월해 올해 11위에 올라설 것”이라며 “수출목표를 달성해 나가면 10년내 6~7위를 넘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수출확대 지속을 위해서는 수출의 수익성 제고와 수출·내수간 선순환 구조 정착을 위해 부품·소재 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며 “시장 선점효과가 큰 품목, 선진국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된 품목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종철기자 jclee@kgib.co.kr
KOTRA·무협 2005년 수출 전망
내년에도 우리나라의 수출 신장세가 지속돼 올해보다 약 10~15% 증가한 2천810~2천88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긍정적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는 최근 ‘2005년 무역환경 및 수출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수출은 올해(2천530억달러)보다 10.2% 늘어난 2천810억달러, 수입은 12.9% 증가한 2천530억달러로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2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KOTRA도 북미·중국·유럽 등 8개 해외지역본부 산하 103개 무역관의 현지 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해외무역관이 바라본 2005년도 수출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에는 2천88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무협은 원화환율 불안, 국제유가 상승, 세계경기 둔화 가능성 등의 위협요인을 들어 10.2%의 수출증가율을 전망했다. 반면 KOTRA는 자동차와 부품, 휴대폰 등 첨단 IT제품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고 있으며 고성장을 구가하는 중국과 막대한 오일달러의 소비처를 찾고 있는 대중동지역 수출호조로 15.2%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KOTRA는 또 휴대폰과 컴퓨터 등 IT제품은 선진국 소비자층에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돼 앞으로 우리 수출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수출주력 품목인 반도체 부문에서는 D램과 플래시메모리 가격의 하락으로 올해보다 다소 부진할 것으로 분석했다.
무역협회도 휴대폰(19.6%)과 가정용 전자제품(14.2%) 등은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반면 반도체(5.8%), 자동차 부품(4.0%), 컴퓨터(4.7%) 등은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별로는 두 기관 모두 중국과 유럽연합(EU) 지역의 수출증가세가 10.5%∼22.9%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일본·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지역은 수출증가율이 한자리 또는 10%대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여성철 무협 경기지부장은 “내년 수출은 상반기중 두자리대의 증가세가 예상되지만 원화환율 불안, 국제유가 불안, 세계경기 둔화 가능성 등의 위협요인도 만만치 않다”면서 “내년도 경제운용은 수출 둔화세 축소 및 내수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철기자 jc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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