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한번 바뀌며 일궈낸 값진 부활이었다. 지방 단체가, 중앙 조차 섣불리 도전하지 못했던 예술 영역에 실질적인 시발을 끊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분명 족했다.
지난달 30일 김영동 지휘자와 경기도립국악단이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 음악극 ‘토지’는 700여 객석이 가득 찼을 만큼 높은 관심을 끌었다.
공연 전 이미 국내 최고의 국악관현악단이라 평가받는 도립국악단과 역시 국악계 최고의 카리스마를 갖춘 김영동이 뭉쳤다는 이유로 화제가 됐으며, 특히 작품은 초연 이후 10여년만에 재탄생돼 세인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다.
막이 오르자 음악은 역시나 나무랄데 없었다. 보름이라는, 그리 길지않은 시간을 갖고 연습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쌓아온 노하우가 여실히 드러났다.
무대 좌우와 앞 쪽 하단에 위치한 연주자들이 휴식시간 없이 한 시간 삼십여분간 보여준 호흡과 그 선율은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여기에 주인공 ‘서희’역의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여창가곡 이수자 강권순, ‘길상’역의 전주대학교 연극과 박성찬 교수, 그리고 객원으로 참여한 도립무용단을 비롯한 출연진들이 드러낸 소리와 연기는 대체로 잘 조화가 됐으며 시대상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과 중간에 삽입한 스크린 샷은 감칠맛을 안겼다.
하지만 준비 기간이 짧았던 탓인지 곳곳에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먼저 작품의 성격상 음악뿐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 ‘극’을 전개하는데 힘이 부친 것. 원작인 대하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인물 설정이나 전체적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 일정 부분을 제외하고 이야기를 대사가 아닌 노래로 이어나가는, 오페라를 연상케 하는 형식이었지만 외국말도 아닌데 전광판을 봐야 알아 들을 수 있었던 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도중에 어디선가 새어나온 잡음을 잡지 못한 세심함의 부족함 또한 옥의 티였다.
어쨌거나 작품은 관객들의 박수와 찬사를 받으며 막을 내렸고, 끝이 아니라 시작을 알렸다. 순수 예술의 침체기에, 우리의 것을 갖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현대화 시키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여타 국악단이 아닌, 지역 예술단체라 할 수 있는 경기도립국악단이 그 선두에 섰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작품의 전곡을 작곡한 김영동 지휘자의 말처럼 ‘레퍼토리화’하는 과정에 희망을 걸어 본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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