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삶’ 길은정씨 새음반 ‘만파식적’ 발표

“건강한 사람들의 하루는 저한테는 1년이나 마찬가집니다”

암 투병 중인 가수 길은정이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음반 ‘만파식적’을 내놓았다.

직장암으로 투병 중이던 그는 최근 암세포가 골반으로 전이되면서 병원에서도 길어야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신보 출시도 모자라 원음방송(서울 89.7㎒)에서 매일 생방송 ‘길은정의 노래하나 추억둘’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발이 완전히 마비되어 휠체어와 목발에 의지해 삶을 지탱하고 있는 그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인터뷰를 특유의 소녀같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담담히 이어나갔다.

“매일 아침 병원 통증 클리닉에서 마약성분이 있는 진통제를 맞고 패치를 붙이고 링거를 맞고 방송국에 옵니다. 정신을 놓아버리면 완전히 폐인이 될 것 같아서 방송이라는 마지막 끈을 붙들고 있습니다.

무언가 사람을 만나고 약속을 하고 하는 일이 있어야 하잖아요. 매일 밤 통증이 너무 심해서 비명을 지르고 잠도 한숨 못이루고 진통제를 맞을 아침만을 기다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도 너무 많이 맞아서 이젠 잘 듣지도 않네요.”

1996년 직장암과 투병을 시작했던 길은정은 2년 전 노래 시집을 내면서 임파선으로만 전이가 되어서 잘만 관리하면 10~20년까지도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는 림프와 혈류를 통해 암세포가 뼈 속까지 완전히 침투한 상태라고 한다.

골반과 척추에 전이되면서 오른쪽 다리는 현재 전혀 쓰지 못한다. 병원에서도 수술도 항암 치료도 가망이 없다고 짧으면 3개월 길어도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고 한다.

“한번 무너지면 끝장이 날 것 같아서 마지막 끈을 붙들고 있어요. 그렇지만 죽음이 두려운 건 아니예요. 아주 고요하고 평화롭게 받아들이고 맞이할 수 있을 것같아요”라고 했다.

오랫동안 자신을 옥죄어 온 병마와 싸워 가면서 평소 해야할 일들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의 준비도 이미 해놓은 듯했다.

“2년전 노래시집 베스트음반을 낼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을 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나온 ‘만파식적’ 음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음반은 작년 겨울에 녹음을 했었던 겁니다. ‘나 떠나도 멀리가도 눈물 흘리지 마요. 하늘보고 나를 보고 이 노래를 불러요’라는 가사를 직접 쓴 걸 보면 작년부터 예감을 하고 있었나봐요.”

이 노래는 그가 직접 작사한 ‘이 노래를 불러요’란 곡. 또 최희준의 원곡인 ‘종점’도 생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하는 의미로 해석돼 안타까움을 전한다.

그는 단독 콘서트는 아니지만 많은 팬들을 만날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오는 7일 여의도 KBS홀에서 녹화하는 ‘열린 음악회’의 무대가 그것.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라서 왼쪽발로만 지탱하고 기타를 치면서 ‘난 널’이라는 신곡을 부를 예정이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한참 생각하더니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죠”라고 수줍어 한 뒤 “뭐랄까 정직한 낭만주의자였다”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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