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시험 어떻게 바뀌나
수능점수 폐지… 9등급제 적용
여러 과목과 단원의 소재를 한 문제에 녹이는 방식의 통합교과적 출제가 아니라 각 교과별 교육과정에서 출제하고, 성적도 표준점수와 백분위는 주지 않고 등급(1~9등급)만 제공한다.
고교 2, 3학년 선택중심 교육과정 범위, 즉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내용을 위주로 출제하고 교사를 출제위원으로 50% 이상 참여시킴으로써 교실수업이나 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게 교육부 전략.
교육부는 그러나 사고력 측정에 주안점을 둔다는 점에서 단편적 지식을 묻던 종래 학력고사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시험영역(과목)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되 선택 대상 과목수를 51과목에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성적표에 등급만 표기하는 이유는 치열한 성적 경쟁을 막고 대학으로 하여금 학생부 위주의 대입 전형을 유도하기 위한 것. 대학이 수능성적 일변도로 뽑지 못하도록 아예 정보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9등급으로 나누는 것은 등급을 더 세분화하면 대학이 수능성적 위주의 선발방식을 그대로 유지, 학생부를 거들떠보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등급을 더 줄이면 변별력이 떨어져 ‘수능 무용론’이 나올 수 있으며 학생부 석차등급(9등급)과의 균형을 맞춘 것이라는 게 교육부 설명. 즉, 수능 응시자가 60만명이라고 가정하면 등급을 5개로 나누면 1등급이 6만명으로 ‘너무 많고’ 15개로 나누면 1등급이 1만8천명으로 ‘너무 적으며’ 9개로 나누면 1등급은 2만4천명으로 ‘적당하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는 특히 1등급을 종전 4%로 유지하고 총점이 아닌 영역별 등급만 제공하기 때문에 변별력도 상당히 갖춘다고 강조했다.
대신 학생부 중심의 전형이 정착되는 시점에서 등급을 줄이거나 1등급의 비율을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외부와 차단된 채 한 곳에 모여 합숙을 하며 문제를 내던 ‘폐쇄형 출제방식’은 ‘개방형 문제은행식’으로 바뀐다.
교육부는 2008학년도부터 문항공모제 등을 통해 탐구 등 일부 영역에 문제은행식을 시범 적용한 뒤 2010학년도 시험부터 모든 영역에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09년까지 최소 73명의 전담인력이 충원돼야 하고 영역별로 필요 문항수의 100배, 즉 12만문항 이상이 축적돼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은행식 출제 방식이 구축되면 2010학년도부터 연간 2회 시험을 치러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고 하루에 몽땅 치르는 시험도 이틀에 걸쳐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연합
■ 학생부는 어떻게 바뀌나
‘성적 부풀리기’ 차단에 주력
학생부는 교과성적의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각종 활동을 담는 쪽으로 바뀐다.
성적 부풀리기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교과영역은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절충한 형태로 성적이 매겨지고 비교과영역은 독서·봉사·특기활동 등을 망라해 기록하게 된다.
교과성적에는 ‘원점수+석차등급 표기제’가 도입된다.
절대평가로 대부분 학생이 ‘수’나 ‘우’를 받았던 성취도, 즉 평어(評語)는 사라지고 과목평균과 표준편차가 병기된 원점수가 표기되는 것. 예컨대, A학교 어떤 학생의 어떤 과목 성적이 ‘90/80(5)’로 표시됐다면 이 학생은 평균이 80점이고 표준편차가 5인 상황에서 90점을 받았다는 것이고 B학교 학생의같은 과목 성적이 ‘80/70(5)’로 표기됐다면 그 역시 평균 이상의 성적을 나타냈다는뜻이다.
평균과 표준편차를 같이 보여줌으로써 이 학교가 성적 부풀리기를 했는지 알 수 있고, 이는 각 학교에 대한 평가로 이어져 장학지도도 가능하다는 것. 대학 입장에서는 원점수와 평균, 표준편차를 활용해 상대적 위치를 보여주는 표준점수를 산출함으로써 다른 학교 학생과도 단순 비교할 수 있다.
예컨대 위 두 학교 학생의 원점수는 90점, 80점이지만 표준점수는 똑같이 70점으로, 학교간 격차가 심하지 않다면 두 학생의 실력은 같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과목별 석차(석차/재적수)를 ‘석차등급(이수자수)’으로 바꾸고 9등급제를 시행, 높은 석차를 얻기 위한 과열 경쟁을 막고 같은 석차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로 삼는다.
따라서 현행 성적표에 ‘4(15)/532’라고 씌어 있다면 이는 532명 가운데 4등이고 같은 4등이 15명이라는 뜻이었지만 앞으로는 표기방식이 ‘1(532)’, 즉 532명 중 1등급이라는 의미로 바뀌게 된다.
등급을 아홉개로 나눈 이유는 더 적게 나눌 경우 같은 등급 학생이 너무 많아져 전형자료로 활용하기 어렵고 더 많게 나누게 되면 7차 교육과정상 과목개설 최소 인원이 20명 이상인 점을 감안할 경우 석차등급 산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 때문. 9등급제는 앞서 1981~1996년 내신성적 산정 때도 적용됐고, 수능성적도 9등급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이에 맞춘 것이다.
또 서류평가나 면접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독서활동, 특별활동, 봉사활동 등 비교과영역도 ‘충실하게’ 기록, 교과 및 비교과영역이 균형적으로 반영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06년까지 교과별 독서 매뉴얼을 개발해 시범 운영한 다음 2007년 고교 신입생부터 독서활동을 교사가 확인해 학생부에 넣도록 할 예정이다.
평가의 신뢰성·공정성 및 교사의 책무성을 높이기 위해 2006년부터 교사는 교수-학습계획과 평가계획·내용·기준을 학교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야 하고 ‘학교장 학업성적관리 책임제’도 강화된다.
교육부는 또 교사가 달라도 같은 과목이면 같은 시험을 치르는 ‘교과별 평가’를 중·장기적으로 같은 과목이라도 가르치는 교사마다 따로따로 시험을 치르는 ‘교사별평가’로 전환, 2010년 중학교 신입생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대학에서 학생부 자료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정시모집 일정을 확대하거나 현행 3개 모집군을 축소하는 등 대입전형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연합
■ 이렇게 공부해야
충실한 학교수업 ‘필수’ 논술·면접 능력 키워야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책을 많이 읽어 면접·구술·논술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죠.”
교육인적자원부가 28일 발표한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은 현행 입시제도의 기본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학생부와 수능의 점수표기 방식을 달리 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오는 2008년 대학에 들어가게 될 중학교 3학년생들은 현행 입시제도의 기본 틀과 달라지는 점수표기 방법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실장은 “새 입시제도 하에서 대학의 입장에 따라 학생부반영 비중이 결정되겠지만 중학교 학생들은 학생부 성적을 잘 받는 것이 기본이라는 점에서 학교수업이 아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평소 학생부 관리 중점=학교생활기록부의 비중이 지금보다 높아지는 만큼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생부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학생부 산출은 각 과목별로 석차에 의한 9등급제를 활용하기 때문에 평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학생부를 잘 받기 위해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해두는 것은 수능과 직결된다.
특히 수능도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돼 출제되기 때문에 학교 공부는 수능시험을 잘보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결국 충실한 학교 수업이 대입 1순위라는 지적이다.
▲폭넓은 독서는 필수=현재의 입시와 2008학년도 입시를 비교하면 수시모집이더욱 확대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와 맞물려 정시모집은 모집인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논술고사나 면접·구술고사의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며 이에 대비해평소 여러 분야에 걸친 책을 많이 읽어두면 도움이 된다.
내신 비중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학교간 등급 반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학들이 심층면접, 논술, 적성검사 등을 변별력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부터 체계적인 독서 프로그램을 세워 책 읽기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부는 2007년 고교 신입생부터는 교과별 독서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한다는 방침 아래 내년부터 2006년까지 독서매뉴얼을 개발에 시범운영하고 학교에서 독서지도를 강화한다.
▲논술·면접·구술 잘 대비해라=논술고사와 면접·구술고사는 수시모집에서 당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앞으로 이 두 가지 전형요소는 반영비율이 높아지고 정시모집에서도 이를 반영하는 대학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상위권 대학들은 학생부와 수능이 9등급제로 되면 지금보다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논술고사나 면접·구술고사를 강화해 우수학생을 선발하는 전형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논술고사는 제시되는 지문에 영어지문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면접·구술고사는 점차 교과목 형태의 시험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특목고 동일계 진학에 관심=이번 입시제도에서는 학생부의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특목고 학생들은 다른 계열 학과에 진학할 경우 불리하다.
즉, 특목고에서 의예과나 한의예과에 진학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어려워질 전망이다. 또 외국어고에서 어문계열을 제외한 다른 인문·사회계열에 진학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우수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특목고 진학을 많이 하는데, 올해부터는 특목고 정상화 방안에 따라 우수한 학생들의 특목고 진학이 줄어들 전망이다.
▲맞춤식 공부 필수=대학별 전형요강이 다양화·특성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맞춤식 공부를 하는 것도 좋다.
심층면접이나 논술 등이 주관식으로 나올 수 있는 만큼 인문계는 영어를 깊이있게 공부하고 자연계는 주관식 위주로 수학과 과학 등을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만큼 이번 대입제도의 적용을 받게 될 중학교 3학년생들은 일반고를 갈 것인지, 외국어고를 갈 것인지를 잘 판단하면서 영어, 수학, 과학 등에 선택적으로 치중해야 한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연합
■고교등급제·내신 부풀리기 없어질까…
지난 8월말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 시안이 발표되고 가장 크게 지적된 문제는 고교간 학력격차 반영 허용 여부와 내신 부풀리기 논란. 시안이 나오자마자 수능 중심 전형에서 벗어나 내신 위주 전형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풀어야할 과제로도 지적됐었다.
▲고교등급제 및 내신 부풀리기 방지책=수시 1학기 전형에서 고교간 특성을 반영, ‘등급제 일부 적용’ 판정을 받은 연세대, 이화여대, 고려대, 성균관대가 시정계획서를 냈다.
교육부도 매년 발표되는 ‘대입전형 기본계획’에 고시 또는 지침 형태로 제시돼 있는 고교간 학력격차 반영 금지 조항을 고등교육법 또는 그 시행령에 법제화하기로 했다.
또 상대평가가 도입되는 2008학년도 이전의 2006~2007학년도 대학입시에서의 내신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전국 고교의 10%를 표본으로 연말까지 실태조사를 벌인 뒤내년 1월말까지 유형별로 분석해 대책을 세우는 동시에 교사, 학부모, 전문가로 대책팀을 구성해 성적관리 신뢰도 제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학교 단위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역할·기능을 강화하고 교과협의회를 통한 공동출제 및 평가의 사전·사후 검토체제를 확립할 예정이다.
아울러 교원-학부모-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교육운동도 전개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고교-대학-학부모로 구성된 교육발전협의회와 그 산하의 고교-대학 협력위원회, 학생부평가 개선위원회, 교육격차 해소위원회가 교육현안 해결에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교등급제나 내신 부풀리기 없어질까=교육부가 예의주시하고 있고 교원·학부모단체의 감시 기능도 작용하고 있는 만큼 종전 같은 적나라한 방식의 고교등급제나 내신 부풀리기는 사라질 가능성이 많다.
내신 부풀리기도 집중감시 대상에 오른 만큼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문제는 전국 2천여개 고교에 우수학생이 몰려 있는 특목고나 비평준화지역 우수고가 있고, 학업성적이 현저히 떨어지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교육과정도 모두 들쭉날쭉한 것이 현실이라는 것. 이처럼 고교가 천차만별인데다 국가시험인 수능시험 성적의 변별력이 전보다 크게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대학은 끊임없이 ‘고교 특성’을 현실에 반영하거나 우수고교 학생을 유치하려는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고교간 격차 반영은 종전처럼 서류평가 등에 의해 ‘드러낸’ 방식이 아니라 논술고사나 심층면접 등의 성적에 반영하는 ‘숨은’ 방식으로 실시될 가능성이 많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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