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공연장 ‘明暗’

10월은 풍요를 상징하는 계절적 의미 만큼이나 다양한 축제와 공연이 기획된다. 특히 각 공연장은 폭 넓은 관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눈에 띄는 기획 공연에 열을 올리는 시기. 도내 공연장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더욱이 올해는 속속 개관한 신생 공연장이 유독 많아 각 공연장간 눈에 보이지 않는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그 상황이 모두 ‘맑은 날’은 아니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예술의 향수를 불어 넣는 곳이 있는가 하면 썰렁한 기운마저 감돌기도 한다.

▲신생 공연장의 도약

지난 2일 개관한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은 도내 공연장을 통틀어 근자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신생 공연장의 취약점인 기반 및 인식 부족을 기획 공연을 통해 메우고 있는데 이번 달에만 총 10여종의 공연물이 준비돼 있다.

이미 막을 내린 공연은 차치하더라도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이 남아 있어 즐거움을 안긴다. 이중 14일부터 16일까지 선보이는 세계적인 마임마술 연출가 필립 장띠의 ‘환상의 선’과 20톤의 물이 동원돼 쏟아지는 대형작 ‘워터 월’(20~24일), 헝가리 국립집시오케스트라(28일) 등이 눈에 띈다.

지난 4월 개관한 오산문화예술회관도 ‘러시아 레드스타 레드아미 코러스 내한 연주회’(20일)를 비롯해 10월 한 달을 ‘인형극 축제’로 꾸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기성 공연장의 약진

우선 도문화의전당은 도립예술단을 수탁운영하는 기관답게 이들을 통한 기획 공연이 눈에 띈다. 이제는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극단의 ‘눈으로 읽는 수능대비 연극시리즈’, ‘김유정의 봄봄봄’이 13일부터 16일까지 계속되고, 오케스트라의 ‘로메오 림부와 함께 하는- 세계의 마에스트로 시리즈 Ⅱ’가 11일부터 13일에 이어 28·29일로 예정돼 있다.

또 ‘이선희와 함께 하는 팝스 콘서트’(23일)와 10월 한 달간 국악당에서 진행되는 ‘국악관현악 및 실내악 축제’도 이채롭다.

이젠 확고한 입지를 굳힌 의정부예술의전당은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아이다’(16·17일)를 초청, 경기도 북부 주민들의 눈과 귀를 충족 시킬 태세다. 이 밖에 ‘나윤선 퀸텟 재즈 콘서트’ 등 여러 기획 공연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현상유지는 나은 편

이들 외에 대부분의 공연장도 나름의 기획 공연을 계획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머문 경우가 많다. 한 달에 한 두번에 그치거나 상업적 공연물을 하나 덩그러니 들여오기도 한다.

그나마 현상유지라도 한다면 나은 편에 속한다.

검증되지 않은 공연물을 외부 기획자에 의해 무대에 올리거나 아예 ‘대관 공연장’으로 전락해 버린 곳도 다반사다.

이에대해 도내 문화예술 관계자는 “자치단체들이 단체장의 실적을 위해 마치 경쟁적으로 공연장을 짓고난 이후 방치해 두는 실정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지역 인프라를 충분히 조사하지 않거나, 혹은 문화예술적 마인드 없이 무작정 짓고 보자는 탁상 행정이 이런 현실을 만들었다는 것.

물론 이런 비판 뒤에는 대안이 뒤따라야 한다. 어떤 경우에서 공연장이 들어섰건 애초의 잘못만 꼬집는다면 발전의 길이 없다. 지금이라도 각 공연장 및 관계자들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