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허파’ 광교산을 지켜야...
(사)광교산사랑시민운동본부(이사장 홍기헌)는 수원 광교산의 자연생태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광교산 도립 공원화의 정당성’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경기일보 후원으로 13일 경기문화재단 다산홀에서 열린 학술세미나는 임병호 경기일보 논설위원의 ‘숲, 그 신성한 생명의 원천’이란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광교산의 역사, 문화, 유적 고찰(이달호 수원시 학예연구사)’, ‘광교산 토월 약수터 땅 한평 사기 운동의 전개와 의의(정정숙 광교산 토월약수터 땅 한 평사기 운동본부 대표)’, ‘광교산 보존 및 도립공원화 방안(염태영 수원시환경운동센터 공동대표)’ 등 3편의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이와함께 염상균(역사탐방 연구회 이사), 장동빈(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강주수씨(한국내셔널트러스트 위원)가 주제별 토론자로 참여해 열띤 토론과 질의를 펼쳤다.
다음은 주제 발표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숲, 그 신성한 생명의 원천=임병호 논설위원은 울창한 숲의 신성함과 신화의 주체인 나무의 영성을 통해 자연생명의 소중함을 문화사적인 측면에서 조명했다.
그는 “나무의 무한한 능력은 오염물질을 정화시키고 도시미관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물론 옛부터 신앙의 대상”이라며 “나무와 숲은 우주의 리듬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특히 나무는 전세계적으로 갖가지 신화성을 지니고 있다. 중국은 동해 복판에 솟아 있는 소나무를 우주수(宇宙樹)로 칭했으며, 이집트나 러시아, 노르웨이 등의 신화에는 지상과 천국을 연결하는 물푸레나무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어 초기 고대문명은 숲을 파괴하면서 환경재앙과 혹독한 전쟁을 치른 후 자멸한 역사적 사실을 되돌아 봐야 한다며 자연생태계의 소중함을 역설했다.
▲광교산의 역사, 문화, 유적고찰=광교산은 백제 온조가 사위 우성위와 딸을 살게 했다는 전설을 비롯 신라말기 학자 최치원, 병자호란 최초의 승장 김준룡 등 역사인물에 얽힌 설화를 상당수 지니고 있다.
또 보물 제9호로 지정된 서봉사터 현오국사비를 비롯 정암 조광조의 묘소, 심곡서원, 이고 선생 묘역이 펼쳐져 있다.
특히 대마도를 정벌한 이종무 장군의 묘소(경기도 기념물 제25호)와 정조대왕때 광교산 물을 이용한 사례가 ‘정조실록’과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나타난다.
이달호 학예연구사는 “광교산이 일제시대 지리개념인 ‘광주산맥’으로 불리는 것은 잘못”이라며 “우리 산줄기 개념인 ‘한남정맥’으로 고쳐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교산 토월 약수터 땅 한평 사기 운동의 전개와 의의=용인시 풍덕천동에 위치한 토월약수터는 용인 수지의 유일한 비상급수대책 시설이지만 용인 서북부 개발에 따라 생태환경에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 동안 땅 한평사기 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는 학생들의 자연학습장, 숲속음악회 등을 열어 자연생태 보존의 중요성을 알렸으며, 광교산 녹지축의 하나인 이곳을 보호하기 위해 용인시와 환경청을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이날 정정숙 대표는 “광교산 보존을 위해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환경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광교산을 도립공원화시켜 수도권의 녹지축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교산 보존 및 도립공원화 방안=광교산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비상식수원은 물론 청정지표곤충인 반딧불이 서식처로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된 곳이다. 염태영 공동대표는 이의동 개발사업에 따른 광교산 녹지축 훼손과 용인시 북구지역 난개발 등 심각한 훼손 위험에 직면한 현실에서 도립공원화를 주장했다.
여기다 용인시 영덕리와 서울 양재 헌릉로를 잇는 ‘영덕-양재간고속도로’는 경제논리에 치우친 가운데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며 경부고속도로 노선을 이용한 복층화내지 주변도로를 확장하는 방법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교산 보전방안으로 광교산 및 이의동개발지역에 생태마을을 조성하고, 도립공원 지정 승인권을 가진 경기도가 의지를 분명히 하고, 각계 인사로 구성된 ‘광교산 도립공원화 지정을 위한 시민단체 협의회’(가칭)를 설립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이형복기자 bok@kgib.co.kr
■광교산 정상에서
간 밤에 천연색 꿈을 꾸었다
백설 쌓인 겨울 숲의 나무들이
초록빛 옷을 입는 꿈이었다
지저귀는 산새들의 맑은 목소리
나무들이 수런거리는 이야기도 들었다
새벽에 잠 깨어 일어났다
꿈 속에서와 똑같이 창 밖에서
까치들이 부르고 있었다
꿈 속의 나무들처럼
초록빛 등산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광교산으로 향했다
山門을 열고 저만치 앞서 가는
등산인들의 뒷모습이
한 없이 정겨웠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광교산의 나무들이 가지를 뻗어
악수를 청해 왔다
푸드득 푸드득 산새들이 날았다
백설이 꽃잎처럼 쏟아졌다
광교산 정상에 올랐다
여명 속의 수원시가지
경기도가, 한반도가, 온 세계가
미래가 한 눈에 보였다
먼저 온 사람들이
하늘로 함성을 보냈다
나는 비상하는 天馬처럼 울었다
어느새 햇빛이 온누리에 와 있었다
초목들은 思惟를 헤치고 일어서고
바위들도 빙그레 웃고 있었다
봄을 기다리는 겨울 새벽
산천초목이 이렇게 싱그러울 줄이야
동녘하늘에 새해가 떠오르고
가슴 속에서도 새해가 떠오르고
아름답게 열리는 오늘
내일이 천연색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임병호 詩 ‘광교산 정상에서’ 전문
13일 세미나에서 낭송된 임병호 시인의 ‘광교산 정상에서’는 광교산 정상에 시비가 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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