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불 시대로/차세대반도체 장비분야 제조 선익시스템

‘유기 EL분야’ 다크호스… 세계가 주목

최근 휴대폰의 고급화 추세에 발맞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유기EL 분야는 액정표시시장치(LCD)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향후 주도권을 확보해야 할 차세대 반도체 장비 분야로 손꼽힌다.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올해 유기EL의 전세계 시장 규모는 3천700만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오는 2005년 7천300만개, 2006년에는 1억1천900만개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초기 단계인 유기EL 시장은 현재 전세계 양산라인이 4곳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수율 검증이 어느 정도 완료되는

올해를 기점으로 양산라인 착공이 잇따를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이 분야는 선발 주자인 토키, 알박 등 일본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한 벤처기업인 선익시스템(대표 손명호)이 일본 업체들과 양강체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유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각국에 ‘메이드인 코리아’를 당당히 알리고 있는 선익에서 기술한국의 위상을 다시한번 느낀다.

#日.中 등 해외시장서 잇단 러브콜

선익시스템은 지난 90년 ㈜제인테크닉으로 창업해 초기 MOCVD, 청색 LED용 고밀도 에처장비 등을 전문제조했다.

이후 유기EL 핵심 장비업체로 변신해 이전까지 일본의 알박, 독일의 유나시스 등 세계 유수기업들이 독식해온 박막증착장비 시장의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유기EL 시장에 진입한 지난 2002년 자체개발한 박막증착장비 200만달러 어치를 처녀 수출했다.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라는 소문이 업계에 퍼지면서 삼성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국, 대만 등 30개국의 해외바이어들의 주문이 줄을 이었다. 덕분에 지난해 매출도 160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수출규모도 400만달러에 달했다. 전년에 비해 100%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올해도 선익의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미 상반기에만 중국, 대만 등 5개국에 600만달러 어치를 수출하며 최대 실적을 올렸으며 연말에는 1천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기EL 분야가 전세계적으로 아직 사업화 초기단계에 머물러 세계적인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도 안정화된 장비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선익의 활약은 눈부신 성과다.

특히 올 2월 양산장비를 네오뷰코오롱에 정식 납품, 그동안 연구개발용 장비인 파일럿 장비를 공급에서 양산장비 공급으로 궤도를 바꿔 매출 상승이 가시화되고 있다.

#회사.직원협력...‘위기를 기회로’

“IMF 환란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과 끊임없는 판매처 다변화로 매출부진을 극복할 수 있었죠. 긴축경영속에서도 기술력 향상을 위해 연구개발(R&D)에 끊임없이 투자했어요.”

선익은 지난 2000년 삼성전기 등 기존 주요 납품업체들이 세계 정보통신산업의 경기침체로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장비 발주가 뚝 끊겨 매출부진을 겪는다. 2000년에만 S기업을 통해 4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001년 4월까지 S기업에 고작 2억원을 납품하는 데 그쳤다. 급기야는 매출부진에 따른 자금압박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이 부사장은 우선 국내 출장경비를 축소하고 접대비도 삭감하는 등 허리띠부터 졸라맸다. 인근 여러 식당과 계약을 맺어 직원들의 식사를 제공받던 체제를 바꿔 한 식당과 수의계약을 맺어 월 150여만원의 식비도 줄였다.

또 경영진들은 “적자를 낼 경우 월급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하고 시장개척에 직접 나서는 등 솔선수범을 보였고 직원들도 ‘한번 해보자’는 투지와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쳤다. 이같은 전직원의 일체단결은 얼마지나지 않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이같은 긴축경영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아니다.

#우수인력 양성 기술력서 ‘최고’

대기업 위주의 정량화된 장비의 틀에서 벗어나 중소·벤처기업들이 요구하는 특성에 맞는 장비를 개발했다. 그 결과 80%에 달했던 대기업 매출비중을 15%대로 줄였고 대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매출 비중을 대폭 높이는 등 수익선의 다변화를 꾀할 수 있었다.

“판매처를 다원화 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 때문입니다. 세계 3강 대열에 올라서기 위해 회사의 역량을 강력한 기술 드라이브에 걸고 있습니다.”

이 부사장은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등 고급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직원들에게 러시아 연수 기회를 부여하거나 업계 엔지니어 초청 세미나 등을 수시로 마련한다.

직원 개개인의 능력을 상업적 기술과 연계해 판매처를 다원화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총 직원수는 109명이다. 이중 50명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선익의 기술개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부사장은 매년 연구개발 비용에 20억원씩을 쏟아부으며 유기EL 증착장비 개발에 집중한다.

다년간 축적된 나노기술 노하우와 풍부한 연구개발 인력은 일본의 유수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룰 수 있는 강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오는 2007년까지 총 118억원의 개발비가 투자되는 유기EL 핵심 부품재료 개발 프로젝트의 공동 주관사로 선정된 것도 선익의 기술력이 배경이 된 셈이다./이종철기자 jclee@kgib.co.kr

사진/김시범기자 sbkim@kgib.co.kr

■인터뷰/이응직 부사장

“성공 키워드는 ‘할 수 있다’ 도전정신”

“뭐든지 하면 된다.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담다른 열정과 투지로 무장하고 오직 연구개발(R&D)에만 매달렸다.”

선익시스템의 이응직 부사장(39)은 수출 1천만불을 바라보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묵묵히 노력했다”는 표현으로 대신한다.

끊임 없는 노력과 도전정신이 오늘의 선익이 있을 수 있었던 배경이라는 것이다.

“유기EL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한 여정이다. 그러나 최고가 된다는 생각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의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은 개발과 영업의 이원화 마케팅을 펼치며 지난해 2월 프랑스의 톰슨으로부터 연구개발용(R&D) 증착장비를 수주한 데서 엿볼수 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 당장 매출이 있어야 했다. 영업팀이 우선 톰슨사와 접촉했고 연구팀은 납기를 맞추기 위해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하지만 장비를 개발중이던 터라 장비검수 과정에서 당연히 클레임이 걸렸다. 톰슨 바이어가 ‘만들 수눈 았냐’고 비웃었다. 그래서 1주일 안에 장비를 공급하겟다고 약속했다.”

그는 “잘 못하면 국제 사기꾼이 될 수도 있었던 위험한 거래였다”면서 “전 직원이 오직 개발하겠다는 일념으로 1주일간 밤낮을 연구에 몰두한 끝에 제품개발에 성공했다”고 당시의 기억을 더듬었다.

이 부사장은 “단지 매출과 이윤의 극대화가 기업의 최고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무한경쟁의 글로벌시대에서 해외 유수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해 국산 장비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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