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제17회 수원여름음악축제를 보고

‘樂’소리나는 감동…

수원문화원 주최로 12일부터 15일까지 매일 저녁 7시30분 수원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제17회 수원여름음악축제’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樂! 樂! MUSIC’이란 타이틀로 나흘간 펼쳐진 무대는 찌는 듯한 열대야를 삼키며 그야말로 ‘악’소리 나는 시간이었다. 줄어든 예산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기획력을 통한 알찬 프로그램이 돋보였으며 지역 예술단체에게 공연기회를 제공한 세심한 배려 또한 눈에 띄었다.

우선 첫날은 경기도립국악단을 주축으로 진행된 ‘Tradition(전통)’.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예진청소년국악예술단의 가야금 오케스트라를 오프닝으로 도립국악단의 국악관현악과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로 잘 알려진 신인가수 이안, 소리꾼 김용우 등이 함께한 연주는 관객들에게 우리음악에 대한 열정을 심어주는 듯 했다. 일정때문에 하루 앞당겨 공연한 홍콩윈드필하모닉의 연주 또한 색다른 맛을 안겼다.

‘Harmony(조화)’란 테마의 둘째날은 수원시립교향악단을 주축으로 테너 김성진, 소프라노 박지영, 수원지역 음악단체인 수원레이디스오케스트라, 패밀리클라리넷 앙상블, 코리아팬플룻오카리나 아카데미 등이 무대를 꽉 채웠다. 특히 ‘밥값’만을 받고 교향악을 비롯, 영화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오케스트라 화음을 들려준 수원시향은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한 몸에 받았다.

셋째날은 평소 보기 힘든 ‘Fusion(퓨전)’의 향연. 남아메리카 잉카문명의 후손들로 안데스 음악을 들려준 에콰도르 퓨전그룹 ‘SISAY’와 국내 퓨전 재즈밴드 ‘웨이브’, 가수 차은주는 열정과 화려함을 뽐냈다. 또 오프닝을 맡은 수원지역 고교밴드 및 성인밴드의 조화와 캐나다·일본인 등으로 구성된 ‘짜증나 밴드’는 그들만의 독특한 개성을 선보였다.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린 15일 마지막날의 ‘Live(라이브)’는 세대를 넘은 젊음의 기운이 넘쳤다. 수원지역 가수 유진욱과 유승혁 밴드의 오프닝으로 분위기가 고조된 야외음악당은 안치환과 자유, 자전거 탄 풍경, 불독맨션 등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대중가수들을 통해 폭발 넘치는 에너지가 흘렀다.

유병헌 수원문화원장은 “이번 축제를 지역과 시민이 하나되는 장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 6월부터 40여개 단체의 참가신청을 받고 엄선했다”며 “앞으로 전국 단위의 음악축제로 발돋움시켜 수원시민뿐 아니라 곳곳에서 수원을 찾아오게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17회 수원여름음악축제- 樂! 樂! MUSIC’은 지난해보다 삭감된 예산에도 불구하고 수원문화원의 노고로 더위 먹고 경제불황에 허덕이는 시민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하며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 불황의 늪이 끝나고 좀 더 충분한 예산이 확보된다면 유 원장의 말처럼 명실상부한 전국음악축제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