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파이터
목숨 걸었던 ‘전설의 승부사’
최근 충무로 영화계가 일제시대에서 해방 이후시기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우리나라의 실존 인물들을 스크린을 통해 되살리는데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애국지사 안중근(도마 안중근), 혁명가 김산(아리랑), 한국 최초의 여류 비행사 박경원(청연), 일본 프로레슬러 역도산(역도산) 등 고난의 시대를 온몸으로 헤치며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 연이어 영화화되고 있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바람의 파이터’는 이런 흐름의 연속선상에서 제작되고 있는 여러 영화 중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는 작품. 일본 무술 유파를 모두 격파한 무술인 최배달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최배달의 본명은 최영의. 1922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16살에 파일럿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일본으로 건너가 소년항공학교에 재학중이던 1939년 공수도 초단으로 무술계에 입문했다.
이후 1947년에 2차대전 이후 최초로 열린 전일본 공수도 선수권대회를 제패했고, 1948년 기요즈미 산에 들어가 18개월간 홀로 수도생활을 하며 몸을 단련한 뒤 산에서 내려와 일본 전역을 돌며 유도, 검도, 합기도 등 모든 무술 고수들을 차례로 제압해 일본내 무예 1인자가 됐다. 1994년 72살의 일기로 생을 마감.
카메라는 최배달이 일본의 전설적인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를 본떠 일명 ‘도장깨기’에 나서며 일본 무술 유단자들을 연달아 깨부수는 화려한 액션장면뿐 아니라 애절한 러브스토리 등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도 애정어린 시선을 던지고 있다.
“나는 싸우는 것이 두렵다. 지는 것이, 맞는 것이 두렵다. 싸우다 불구나 폐인으로 살아남을까 두렵다.”
최강자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나약하게 들릴 수 있는 목소리를 비중있게 전달한다.
주인공으로 열연한 양동근이 내뿜는 원시적인 힘은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양동근은 근육질로 단련된 탄력적인 몸을 뽐낼 뿐 아니라 목숨을 건 대결을 벌이는 고독하고 외로운 무술인의 모습을 실감나는 표정과 눈빛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가토 마사야가 일본 무술계의 수장 가토로 등장해 최배달과 무술대결을 펼친다.
‘리베라 메’이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양윤호 감독이 3년간에 걸친 시나리오작업 등 오랜기간의 준비 끝에 내놓는 야심작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0분.
■망치
‘망치’야 안녕!
악당 물리치는 개구쟁이 모험담
허영만 원작…‘코난式’ 토종애니
과연 ‘망치’가 내지르는 ‘그레이트 에코’의 고함소리가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보낼 수 있을까. 만화가 허영만의 동명 만화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국산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망치’(안태근 감독·캐릭터플랜 제작)가 오는 6일 개봉했다.
환경파괴로 대륙이 물에 잠겨버린 먼 미래가 배경. 바다 한가운데 솟은 ‘촛대마을’에서 태어난 개구쟁이 ‘망치’가 제미우스국의 공주 ‘포플러’를 도와 반란을 일으킨 악당 수상 ‘뭉크’의 전세계 정복 야욕을 꺾는다는 게 기둥 줄거리다.
전체적인 구성은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을 연상시킨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후반부에서 망치와 뭉크가 ‘그레이트 에코’로 최후의 파워대결을 벌이는 싸움장면. 그레이트 에코는 단전에 온 몸의 기(氣)를 모으고 고함소리를 내질러 만든 강력한 파동파. 두개 힘이 부딪히며 빚어내는 파괴력을 화려한 비주얼로 잘 그려냈다.
영화초반 자전거 비행기 ‘날틀’을 탄 망치가 하늘과 바다를 빠르게 오르내리며 악당들과 펼치는 속도감 넘치는 비행기 추격전도 눈에 띈다.
하지만 원작만화를 짧은 시간안에 녹여내려다 보니 스토리 전개가 비약을 거듭하면서 내러티브가 중간 중간 끊겨 이야기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풍덩’ 던지지 못하게 방해하는 점은 아쉽게 다가온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췄다는 이 토종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들의 흥미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 지 기대된다.
‘망치’는 2003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개막작으로 상영됐으며, 2004년 뉴욕국제어린이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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