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사바
저주의 영혼 깨우는 주문 학교를 ‘공포의 도가니’로
척박한 한국 호러 토양을 남다른 애정으로 비옥하게 가꿔가고 있는 안병기 감독(37)이 김규리·이세은·이유리를 주연으로 내세운 ’분신사바’를 들고 오는 8월 5일 관객을 찾아간다.
‘가위’(2000년), ‘폰’(2002년)에 이어 2년마다 여름 이맘때면 어김없이 한 편씩 내놓고 있는 ‘안병기표’ 직인이 찍힌 세번째 공포영화. ‘분신사바’는 정통 호러물을 표방한다. 그래서 공포영화의 전통적인 문법을 충실하게 따르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귀신이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섬뜩하고 큰 눈을 밑으로 내리 깔았다가 약간 위로 치켜올렸을 때 객석에는 싸늘한 냉기가 흘러 넘친다.
특히 거울 속에서 하얀 소복을 입은 원혼이 기어나오는 대목은 일본 공포영화 ‘링’의 유명한 장면, 즉 사다코가 TV 모니터에서 한 마리짐승처럼 기어나오는 장면을 모방했지만 더욱 소름돋게 한다.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온 학생이 ‘왕따’에 시달린 끝에 귀신을 부르는 ‘분신사바’ 주문으로 저주의 영혼을 불러내 학교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든다.
‘분신사바’는 영화로 제작되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시나리오만으로 공포영화 강국 일본에 300만 달러에 수출됐을 뿐 아니라 이후 홍콩과 대만 등 동남아 지역은 물론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에까지 판매됐다.
‘폰’에 이어 미국 직배사인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가 투자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는 물론 오는 8월 동남아시아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다. 상영시간 92분. 15세 관람가.
■인형사
버림받은 인형의 복수극
시골 외딴 숲 속 미술관에 네 명의 남녀가 초대된다.
통성명을 끝내고 미술관을 둘러보는 일행. 사람의 모습과 똑같은 인형들을 보며 신기해 하고 있는데 이상한 일들이 하나씩 생겨난다.
인형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게다가 건물 주변에는 빨간 옷의 정체불명 소녀가 맴도는 모습이 목격된다.
영화 속 공포의 도구는 ‘구체관절인형’(球體關節人形·관절이 공 모양으로 된 인형)이다.
갇힌 공간에서 한 명씩 죽어나가는 추리소설식 구성과 어린 시절 버렸던 인형이 사람이 돼 나타난다는 섬뜩함은 공포를 전달하기 위해 이 영화가 선택한 두가지 틀이다.
초대받은 사람은 주인공인 조각가 해미(김유미), 인형과 함께 온 내성적인 소설가 영하(옥지영), 여고생 선영(이가영), 사진작가 정기(임형준). 여기에 모델이 되고 싶다며 제발로 찾아온 남자 태승(심형탁)이 합류해 일행은 모두 다섯이 된다.
첫번째 비명은 영하의 입에서 나온다.
분신처럼 아끼던 인형이 갈기갈기 찢긴 채 발견된 것. 그러던 중 인형의 ‘죽음’에 슬퍼하던 영하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불안해 하며 서로 의심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하지만 의문의 살인은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정용기 감독의 장편 데뷔작. 상영시간 89분.
■얼굴없는 미녀
최면속 사랑의 끝은...
“인간 참 복잡해… 보면 뭐해, 가슴만 아프지.” 인간이란 것, 정말 복잡하기 그지없다.
영화 ‘얼굴 없는 미녀’ 여주인공 지수(김혜수)와 그녀가 앓고 있는 정신병 ‘경계선 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만 봐도 그렇다.
누군가를 강렬히 사랑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 외환 딜러인 남편 민석(윤찬)은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고 있으며 삶은 건조하기만 하다.
남달리 진폭이 큰 변덕이 그녀의 머릿속을 덮쳐오기 시작한 것은 소설을 쓴다며 갑자기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부터다.
마구잡이식으로 자신감을 보이다가 적대감을 드러내고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시도했다가 갑자기 멍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남들이 자신을 버릴 것 같다는 피해의식이다.
2년 전 데뷔작 ‘로드무비’로 평론가들과 (영화를 본)일부 관객의 환호를 받았던 김인식 감독이 두번째 장편영화 ‘얼굴 없는 미녀’로 돌아왔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스타일에 있다. 도입 시퀀스에서 지수의 심리를 묘사한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매혹적인 장면이다. 발작을 일으킨 지수가 남편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것은 석원(김태우)이 종합병원의 정신병동을 그만두기 얼마 전이다.
석원의 전공은 최면치료. 동료의사이던 아내 희선(김난휘)이 의료사고를 저지른 후 자살한 일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병원을 떠난다. 얼마 후 두 사람은 한 대형마트에서 마주친다.
계산대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것을 보면 지수의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은 듯하다. 지수를 도와 문제를 해결해 주는 석원. 두 사람은 이날 이후 환자와 의사가 아닌 친구 사이로 조금씩 가까워진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지수에게는 치열했던 옛 사랑에 대한 가슴 아픈 상처가 있다. 최면치료로 지수를 도와주던 석원은 이런 지수의 모습에 점점 빠져들고 결국 최면상태의 지수와 성관계를 갖는다.
두 남녀 주인공의 열연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지만 영화는 아쉽게도 관객과 소통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는 듯하다. 극단적인 설정이나 화려한 시각적 테크닉이 그 자체에 머물 뿐 보는 이의 가슴에는 파고들지 못한 것.
6일 개봉. 상영시간104분.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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