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오브라쵸프의 국립모스크바 중앙인형극장’은 1931년에 창설돼 러시아 400여개의 도시와 세계 50여개국을 돌며 초청·순회공연을 펼친,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인형극장이다.
극장의 설립자이자 연출가인 세르게이 오브라쵸프는 단순한 인형극의 차원을 넘어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며 러시아 문화예술계의 거목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걸작 중 하나인 ‘진기한 콘서트’.
무대에는 남녀 가수와 무용가, 음악가, 마술사, 서커스 동물 조련사 등 가지각색의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레뷰(Revue- 테마나 스토리를 노래와 춤, 풍자극등을 혼합해 구성한 쇼) 형태로 펼쳐지는 공연은 무엇보다 개성만점의 예술가들에 있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유명 아티스트들과 세계명작에서 만나보던 주인공들의 현학적인 모습, 그리고 통렬한 캐리커쳐는 콘서트화 돼 기발하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드러난다.
걸음마를 막 시작한 어린아이의 피아노 연주를 통해 우리 사회의 조기 및 영재교육의 과열을 꼬집고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 명인이라며 자만에 빠진 첼로 연주자는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또 아리아의 의미도 모른 채 이탈리아식 창법에만 빠진 성악가의 자아도취, 보고 또 봐도 마냥 신기한 마술의 마력에 끌린 관객을 엉뚱하게 만드는 마술사의 설정 등은 공연장을 온통 웃음바다로 만든다.
하지만 백미는 따로 있다. 각기 색다른 공연들을 재치있는 말솜씨로 연결시키고 예술에 대한 견해와 미학적 입장 등을 유머 가득한 대사로 설명하는 사회자.
이는 바로 오브라쵸프가 투영된 분신이며 오브라쵸프는 이 사회자를 통해 자칫 지루 할 수 있는 아카데미즘과 속임수의 미를 전하고 예술의 오만과 편견들을 해학적인 재치, 신랄한 풍자로 풀어간다. 여기에는 희망이 있다.
오는 31일부터 8월3일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을 찾으면 숨결 불어 넣어진 커다란 인형들의 ‘진기한 콘서트’를 만날 수 있다. 오후1시30분과 4시, 1일 2회 공연. 문의 230-3219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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