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박 댄스컴퍼니 ‘심리무용’ 부천 공연

1996년 박호빈-조성주를 주축으로 창단된 이래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댄스컴퍼니 조박의 공연이 15일 오후 7시 부천 오정아트홀에 이어 18~19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린다. 심리무용(Psychological Dance)으로

명명된 이번 무대는 부천문화재단이 공동제작자로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품은 현대인의 자살충동을 다룬 ‘오르페우스 신드롬 2003’과 인간관계의 먹이사슬을

다룬 ‘천적증후군’ 두 가지로 구성했다.

오르페우스 신드롬(Orpheus Syndrome)은 가장 절실히 사랑하거나 필요로 하는 사람을 상실했을 때 오는 자살충동이라는 이상심리를 지칭한다.

안무자는 그것을 ‘유행성 자살충동증후군’이라 부른다. ‘유행성’이라고 한 것은 요즘처럼 예측하기 어렵고 급변하는 불안정한 사회속에 잠복해 있는 강한 전염성 때문이다.

98년 초연이 이야기의 순차적 전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현대인들의 자살충동이라는 이상심리와 결부시키는 한편 오르페우스를 동성연애자로 설정했다.

‘천적증후군’(일명 증오점화증후군)은 ‘네가 있어야 나도 사는’ 인간생태계를 묘사한 작품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원수가 될 수 있고, 원수가 어느덧 친구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 뒤에는 관용과 배타의 상반된 정신적 작용이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게 된다.

어떤 악연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감싸면 천적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터이지만, 순간적인 분노의 씨앗을 가슴에 품으면 이승은 물론이고 다음 생에도 먹고 먹히는 천적관계가 되풀이 될 것이다.

이렇듯 연속적 악순환의 천적관계에서 스스로 벗어나기를 거부하는 증오점화증후군을 천적증후군(The Natural Enemy Syndrome)으로 부르면서 작품화했다.

이번 공연에는 관객을 위한 색다른 순서가 준비돼 있다. 공연 전 관객들은 오르페우스, 하이데거, 에우리디케 등 작중인물들을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관객이 직접 고른 종이인형에 의상을 입히고, 장신구를 달고, 어린 시절 인형놀이를 하듯 그렇게 인물을 만든다. 관객은 자신이 탄생시킨 인형과 함께 작중인물의 움직임을 감상하고 연상한다. 직접 만든 인형의 움직임을 통해 느껴진 것들은 지금 자기 모습의 한 부분일 수 있다.

조박댄스컴퍼니는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단체를 해산한 뒤 앞으로는 박호빈 중심의 까두(ccadoo. 加頭)무용단이라는 이름으로 타분야 예술가들을 영입해 새로운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