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영화 大豊“추석을 즐겁게~”
추석 연휴를 1주일 앞둔 다음달 5일 국산 코미디 영화 세 편이 동시에 개봉한다. 전통적으로 추석 연휴는 한국영화 강세가 가장 두드러지는 시기. 올 추석 연휴에 극장가의 ‘제왕’을 꿈꾸고 있는 한국 영화는 ‘조폭마누라2’, ‘불어라 봄바람’, ‘오 브라더스’. 세 편 모두 코미디물이지만 내세우는 장점은 조금씩 다르다.
엑션
조폭마누라 Ⅱ
‘조폭마누라2:돌아온 전설’은 코미디와 액션이 합쳐진 코믹액션 영화. 전편에 비해 제2편은 액션 장면의 스케일이 더 커진 가운데 액션은 청룽(成龍) 스타일로 아기자기해진 편. 도입부 옥상 결투장면 촬영을 위해 플라잉 캠(Flying Cam)이 동원되는 등 볼거리에 더 신경을 썼으며 와이어 액션 분량도 대거 늘어났다. 상대파의 습격을 받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조폭마누라’ 은지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던 중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시장상인들을 위해 싸운다는 것이 기둥 줄거리. 신은경, 박상면이 전편에 이어 ‘어울리지 않는’ 부부로 나오며 홍콩 스타 장쯔이(章子怡)가 특별출연한다.
‘가문의 영광’의 정흥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두번째 영화.
사랑
불어라 봄바람
시네마서비스가 직접 제작을 맡은 첫번째 영화 ‘불어라 봄바람’의 컨셉은 ‘2003년 대국민 선동코미디’.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는 것이 다른 영화와 차이점이다. 쓰레기 무단투기가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던 ‘쫌팽이’ 소설가 ‘선국’이 화류계에서 이름이 높은 다방 종업원 ‘화정’과 같이 살면서 ‘봄바람’에 휩쓸리게 된다는 내용. ‘역전에 산다’의 김승우와 ‘가문의 영광’의 김정은이 선국과 화정으로 출연해 로맨스에 빠진다. 두 배우의 연기와 각각의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 어느 정도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가 영화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 지난해 ‘라이터를 켜라’로 데뷔한 장항준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다.
휴먼
오 브라더스
이범수·이정재 주연의 ‘오 브라더스’는 휴먼 코미디물. ‘불어라 봄바람’이 남녀 로맨스를 무기로 한다면 ‘오 브라더스’는 진한 형제애로 감동을 유쾌한 웃음에 버무려 보여준다. 어려서 가족을 떠나 혼자 살아가던 상우(이정재)와 조로병(早老病)에 걸려 30대의 외모를 갖게된 12살 꼬마 봉구(이범수)가 두 주인공. 상우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봉구를 만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탄탄한 시나리오에 풍부한 에피소드, 주조연급 연기자들의 코믹 연기가 볼 만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 단편 ‘자반고등어’로 호평받았던 김용화 감독의 데뷔작이다.
임권택감독 ‘영화인생’ 궤적을 좇아…
영화평론가 정성일씨(44)가 ‘국민감독’으로 불리는 임권택(69) 감독을 낱낱이 해부했다.
608쪽 두 권으로 이뤄진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현문서각)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대담을 중심으로 꾸민 책. 감독론이나 인물평전으로 따져도 ‘본격 최초’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날카롭고 깊이있는 분석을 담고 있다.
임권택 감독에 관한 연구서로는 정성일씨가 87년에 쓴 ‘한국영화연구1-임권택’과 2000년 선보인 일본인 사토 다다오의 ‘한국영화와 임권택’이 있지만 앞의 책은 이미 절판됐고 뒤의 책은 작품론에 가깝다.
정성일씨가 임감독에게 주목하게 된 까닭은 “서구영화의 문법에 익숙한 나에게는 무언가 불편했고 그 불편함이 신기하게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그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1천520분(25시간 20분)의 인터뷰를 통해 87년 첫 연구서를 펴냈고 16년 뒤 임감독의 이후 궤적을 좇아 이 책을 완성했다.
인터뷰는 2002년 7월 말부터 거의 매주 임감독 집에서 진행돼 12월 초에 끝났으며 3천840분(64시간) 분량의 말을 200자 원고지 8천546장의 글로 풀어낸 뒤 책에 싣기 위해 4천132장으로 줄였다.
이 책에는 인터뷰와 함께 감독론과 해제, 작품줄거리 요약 등도 포함돼 있으며 340여장의 관련사진이 곁들여져 있다.
정성일은 인터뷰를 위해 ‘취화선’ 촬영 현장에만 67일이나 머무르는가 하면 그의 영화를 다시 보기 위해 영상자료원에서 살다시피했다(그러나 사라진 필름이 적지않아 임감독의 98편을 모두 보지는 못했다). 임감독은 정씨의 집요한 질문공세에 떼밀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비롯해 작품세계, 인생철학, 연출 노하우, 제작 뒷얘기 등을 모두 털어놓았다.
그는 영화적 성취의 목표에 대해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할리우드 영화 수준에 내 영화를 끌어올리자는 것이 목표였으나 가망없는 욕심을 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미국 영화로부터 내가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느냐는 문제로 나아갔다”고 설명했으며, 영화철학에 대해서는 “영화에서 존중해야 할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의 영화 평론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서슴지 않고 털어놓기도 했다.
무속 다큐 ‘영매(靈媒)’
영화로 정식 개봉
지난해 인디다큐 페스티벌과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선보여 ‘다큐멘터리치고는 엄청나게 재미있다’고 소문난 ‘영매(靈媒)-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가 마침내 일반 관객과 만난다.
국내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가 정식으로 개봉되는 것은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연작(1편 1995년, 2편 98년 개봉)에 이어 두번째. 9월 5일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먼저 간판을 내걸고 13일 서울 압구정동 씨어터2.0도 가세한다.
이야기는 경북 포항시 송리면 방석2리의 풍어제(동해안 별신굿)에서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은 정성을 모아 제수를 준비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다지고 마을의 안녕과 고기잡이의 성공을 빈다. 그것을 주관하는 이는 제주가 아니라 신과 교통할 수 있는 권능을 지닌 무당이다.
도입부를 지나면 주인공 격인 씻김굿의 고장 진도의 무당들이 등장한다. 대대로 신을 모셔온 세습무 채씨 자매와 어머니 몸신이 들어와 강신무가 된 박영자씨의 인생 역정은 이 땅에서 무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일깨워준다.
채씨 자매의 막내인 채정례씨(76)는 마지막 대목에서도 등장해 언니 채둔굴씨(84)의 극락왕생을 축원하는 씻김굿을 펼친다. 채씨의 씻김굿이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면 인천에 사는 강신무 박미정씨(37)의 진오귀굿은 영적 체험을 느끼게 해준다.
그녀는 재수굿을 하면서 “얼마 안가 상이 난다”고 공수(죽은 사람이 전하는 말)를 주었지만 제갓집(의뢰인)은무심히 흘려들었다가 한달 뒤 22살 된 큰아들을 잃는다. 큰아들의 원혼을 달래는 굿을 하는 날, 망자는 박씨의 몸을 빌려 마지막 당부를 하고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가 이뤄진다.
이 영화를 보려면 다큐멘터리는 지루하다는 선입관을 미리 버리는 것이 좋다. 어떤 극영화 못지않게 웅숭깊은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무당들에 대한 연민이 샘솟아 어느덧 따뜻한 시선으로 바뀌고 만다.
무당들 사이에서도 가장 심한 욕이 “너희 집안에 무당이나 나라”는 자학적인 말이라고 한다. 그만큼 무당들은 신의 점지를 받아 숙명적으로 무업을 해오고 있지만 스스로도 진저리를 치고 있다는 뜻이다.
10년째 다큐멘터리 한 우물만 파온 박기복 감독은 사람들의 편견에 시달리며 세상에서 섬처럼 살아온 무당을 우리 이웃의 자리에 놓으며 ‘화해’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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