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길’의 촬영에 여념이 없는 배창호(50) 감독이 최근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아 더욱 분주해졌다.
이번에는 작품 제작이 아니라 ‘영화학과 개설작업’이다.건국대학교(총장 정길생)가 내년 봄학기 신설하는 영화예술학과의 총책임자가 된 것.건대는 기존 디자인문화대학을 예술문화대학으로 확대 개편, 예술학부를 두고 그 밑에 영화예술학과·조형예술학과·영상애니메이션학과 등 3개 학과를 신설하기로했다.
현재 초빙교수 직함을 달고 커리큘럼 조정, 신입생 선발준비 등으로 바쁜 그를 만나 영화학과 운영계획과 감독으로서의 최근 관심사 등을 물어봤다.
-건대 영화학과를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가.
*예술학부 3개 학과의 정원은 40명씩이다. 영화학과의 경우 연기전공 20명, 연출전공 20명을 뽑을 예정이다. 올해 11월 정시모집으로 선발해 내년 3월 개강한다.
-학생들에게는 어떤 교육을 제공할 계획인가.
*테크닉보다는 정신과 내면의 충실화에 주력할 것이다. 테크닉이야 학교가 아니더라도 배울 수 있지 않은가. 요즘 젊은 연기지망생들은 신체조건과 관찰력이 좋고 연기도 곧잘 하는 듯하지만 정서적 측면이 약하다.
좋은 연기의 토양이 되는 깊은 성찰과 상상력, 이해력이 부족하다.한편으로는 기존 대학 영화학과들도 현장감 있는 연기지도에는 미흡하다는 느낌을 받아왔다.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좋은 교육을 해볼 욕심이다.
-기성 연기자들이 대학에 들어오는 것은 어떻게 보는가?
*온다면 대환영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연예인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학문적, 내면적 기초가 약한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착실히 기초를 다져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
-과거에 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가?
*1988년 미국 새너제이 주립대학 영화학과에서 석좌교수로 있었고, 96년에는서울예술대학 겸임교수로 일한 적도 있다. 솔직히 당시에는 진정한 교육자 정신을 가지고 강단에 섰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진짜 좋은 연기자를 키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지금까지 연출작이 몇 편이나 되나?
*17편이다. 우리 세대 연출자로서는 다작인 셈이다. 요즘은 영화제작이 하나의사업 프로젝트가 돼버려, 한 편을 만드는 데 몇 년씩 걸리는 게 보통이다.과거와달리 감독의 예술성이나 작품성은 별로 배려해 주지 않는다.
상업논리에 철저히 순응해야 하는 후배감독들은 아마도 영감이 떠오를 때는 1년에 몇 편씩 만들다가 재충전할 때는 오랫동안 침묵하는, 그런 작업방식을 취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배 감독 작품의 지속적 테마라고 부를만한 게 있다면.
*“인간의 본질은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늘 그런 마음으로 만들어왔다. 한데 요즘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과연 나 자신은 실제 삶에 있어서 어떤가? 사랑을 생활에서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앞으로 배 감독의 사랑을 받을 건국대 학생들은 행복하겠다.
*아마도… 과거에 가르쳤던 것은 솔직히 빈 시간을 메우는 방편이었다. 그러나 이제 누군가를 마주보며 가르친다면 진짜로 잘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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