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실버로 가는길/(10)건강한 노인의 性생활

‘당뇨로 20년간 치료를 받고 있는 50대 남성입니다. 약 3년전부터 점차 발기가 약해지다가 최근에는 삽입이 힘들 정도로 잘 안됩니다. 치료법은 없을까요?’ ‘51세 주부입니다. 요즘 들어 성욕도 없고 질 분비물도 적어지고 부부관계도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옛날에 하던 그대로 하는데 흥분도 되지 않고 힘이 듭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가요?’

대한남성과학회 홈페이지 FAQ(자주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 정리 파일) 코너에 떠 있는 대표적인 상담내용들이다.

이같은 성기능 장애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발생하는 신체적 현상 중에 하나로 최근에는 스트레스 등으로 성인남녀의 30~50%가 성생활 장애를 겪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성기능 장애는 고령화로 인한 노화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따라서 젊은 사람들에 비해 노인들에게 발생율이 더 잦은 것이 사실이지만 성생활 장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장애를 숨기려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성기능 장애를 부끄러워해 병원 찾기를 꺼리는 한국인의 이같은 행동은 발기부전 치료제의 ‘암시장’ 성행, ‘정력식품’ 기승 등으로 사회 이면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가 쓴 ‘김세철 교수의 성 보고서’에 따르면 중년 이후의 한국인은 세계에서 성생활을 가장 중시하지만 성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치료받는 비율은 세계 최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들의 연령을 분석한 결과 1985~1994년에는 30대, 20대, 40대, 50대, 60대순으로 많았지만 2001년에는 50대, 60대, 40대, 30대, 70대순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성관계에 소극적인 태도는 ‘최소한의 성관계만 유지하면 의무를 다했다’고 여기는 한국인의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김 교수는 분석한다.

수원 맨파워비뇨기과 나경일 원장도 “아직까지 젊은 사람들에 비해서 병원을 찾는 노인들이 적지만 성기능 장애가 생기면 병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받으려고 하는 노인들이 전에 비해 많이 늘어났다”며 “실제로 노인들이 성기능 자체를 개선하고 조금 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와 관련한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비뇨기과학회교과서에 따르면 남성노인 중 성관계의 50%이상에서 발기부전이 발생하고 6개월 이상 발기부전이 지속되면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아야 한다. 노인들에게 많은 당뇨병인의 말초신경병과 동맥경화증이 발기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이는 환자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여러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전문의들은 설명한다.

실데나필,아포모르핀, 프로스타글란딘 등의 약물복용, 음경해면체내 발기유발제 자가주사법, 요도좌제, 진공압박장치 등의 비수술적 치료 방법이 있고 음경정맥결찰술, 음경동맥재건술, 음경보형물 삽입술 등의 수술을 통해서도 발기부전을 해결할 수 있다.

최근에는 비아그라, 유프리마, 누에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들이 속속 선보이면서 발기 자체는 별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노년 여성의 성기능 장애는 정신적 요소 이외에 여성호르몬 결핍을 비롯한 음부의 혈류 감소, 감각신경계·자율신경계 이상, 남성 호르몬 결핍 등이 원인이 된다. 요실금 등 배뇨장애도 성생활을 꺼리게 만드는 것 중 하나다.

성호르몬은 여성이 여성답도록 만들어 주는 여성호르몬과 성욕과 성행위에 관계하는 남성호르몬이 있는데 많은 여성 노인들이 폐경기가 될 때 여성호르몬과 함께 남성호르몬이 감소하게 된다.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질 분비물이 적어져 성관계시 통증이 생길 수 있고 남성호르몬의 감소는 성욕 감소와 함께 성적 자극에 둔감해 질 수 있다.

이에따라 여성 노인들도 여성 및 남성호르몬 보충으로 어느 정도 성기능 장애를 회복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성기능 장애는 남녀 모두에게 나타나고 있고 성인 남성의 절반 가량이 성기능장애를 경험하고, 여성도 43% 정도는 성욕 감퇴와 분비물 저하, 오르가슴 장애, 성교 통증 등을 겪고 있다”며 “남성 성기능 장애는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발생을 늦출 수 있고 여성도 호르몬 투여를 통해 성욕을 북돋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노인병연구소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이가 들어서도 원활한 성생활을 계속하려면 청장년기에 적극적인 성생활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오랫동안 성관계를 갖지 않으면 성 기능이 떨어져 그 자체가 성기능장애의 원인이 된다.

나경일 원장은 “술·담배를 끊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필수”라며 “남성들은 발기기능 유지를 위해 성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고 노인들은 꾸준한 성관계를 통해 특별한 병이 없는 원활한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고령이 되면 성호르몬을 충분히 보충하더라도 성적으로 흥분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극치감의 정도도 약하다”며 “만족스러운 성적 흥분을 위해서는 보다 강한 자극과 장기간의 자극이 필요하며 각자 성적 만족에 대한 기대치를 신체적인 만족보다 정신적인 만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현정기자 hjpark@kgib.co.kr

■노인들의 건강관리(허정박사)

1. 활동을 계속하고 나이에 따른 휴식과 운동의 균형을 맞춰라

2. 나이를 먹을수록 잠을 충분히 자서 피로가 남지 않도록 한다.

3. 식사에 유의해서 체중조절에 힘쓰고 과식하지 말고 저녁식사를 적게한다.

4. 나이를 먹을수록 야채나 생선의 양을 늘리고 고기의 분량을 줄여야겠지만 완전 채식주의는 오히려 영양실조를 가져온다.

5. 목욕을 가볍게 매일 하고 성생활을 계속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인의 성생활은 언제나 건강에 도움을 준다.

6. 술과 담배를 줄이고 간식이나 과자같은 칼로리가 많은 식품은 줄여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을 막도록 유의한다.

■강남대 노인복지학 윤찬중 교수

학계에서 조사한 통계수치마다 수치상 차이는 있지만 60대 후반 노인 5명중에 4명, 70대 초반 노인 3명중 2명이 정기적 성관계를 갖고 있다. 이는 유교적 문화가 강해 성에 대해 들어내지 않는 우리 사회의 특성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노인들의 성관계는 통계치보다 훨씬 활발히 이루지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성 관계는 노인들의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유지시키기 위한 윤활제고 노년기 건강의 바로미터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노후생활를 보내는데 있어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사회의 성적 관념은 남녀가 조화를 이루기 보다 남성 위주에서 정력제를 신봉하고 비아그라에만 관심이 있어 노인들의 성 문제가 유연해 지지 않고 있다.

일본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노인클럽이 있다. 그곳에서 홀로된 노인들은 이성간의 접촉을 쉽게 하고 있다. 또한 폐경기 이후 여성들을 위한 ‘바르는 약’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등 노인들의 성생활이 터부시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성에 대해 수동적인 여성 노인들을 위한 성교육과 성에 대한 인식 전환, 생활방식 변화 등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부부간에 솔직한 성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가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의 성생활은 삶의 질에 관련된 매우 중요한 문제로 활발한 성생활은 삶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고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해줌으로써 장수에도 도움이 된다는 학계 보고도 있다.

앞으로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에서는 성기능 장애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인이 되면 한 이불 속에 누워 서로 터치만 해도 성욕구가 순화될 수 있다.

/박현정 기자 hjpark@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