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땀흘리면… ‘나눔의 기쁨’ 알아요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의 주요 골격 중의 하나가 학교구성원의 참여다. 학교운영위원회 역할의 변화와 학생회 조직의 의무화 등도 그 근본에는 학교구성원이 학교경영에 함께 한다는 참여정신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이같은 정책에 앞서 경기도내 일선 학교에는 이미 전국 처음으로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인성교육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 학부모지도단 봉사활동에 ‘신바람’
경기도내 사회복지시설에는 최근 학부모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청소와 목욕 등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이들 학부모의 상당수가 경기도내 일선 학교에 구성된 학부모지도단이다.
문민정부의 5·31 교육개혁정책 가운데 인성교육함양을 위한 방안으로 봉사활동의 점수화가 채택됐다. 그러나 입시위주의 학교에서는 봉사활동을 교육적인 차원이 아니라 점수따기식으로 진행, 그 의미가 크게 훼손됐다.
이에따라 학부모들은 물론 교사들까지 나서 자원봉사점수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학교내 봉사활동이 점점 왜소해졌다.
그러나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는 봉사활동을 인성교육과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학부모와 함께하는 봉사활동이 교육적으로 큰 성과를 얻는 것으로 확인하기 시작했다.
도교육청도 봉사활동을 벌이는 교육자들로 구성된 경기교육자원봉사단체협의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2002년 50개교를 봉사활동시범학교로 지정, 학부모의 참가를 공식화 했다.
지난해 50개학교 2천여명의 학부모지도단은 올들어서는 3천여명의 학부모가 활동하고 있다.
● 스스로 만들어가는 수지高
도내에서 가장 먼저 학부모지도단을 결성한 수지고학부모지도단(회장 김미영)은 다른 학교와 달리 학부모가 주도적으로 봉사활동을 이끌어 가고 있다.
봉사활동 시범학교로 지정되지 않은 올해에도 73명의 학부모가 회원으로 등록돼 활동중이며 회원 중에는 봉사활동이 좋아 자녀가 졸업했는데도 남아있는 회원이 많다.
이 학교 학부모지도단은 올 상반기에만 매월 1회씩 중증지체장애인들이 생활하는 광주 한사랑마을과 노인들이 생활하는 예닮마을을 매주 찾아 청소와 목욕시키기 김치담궈주기 등의 활동을 펴고 있다.
또 매월 2회씩 학생과 함께 ‘우리마을 지킴이 활동’을 펼친다. 강남대학교와 공동으로 실시하는 이 활동은 학부모와 학생은 물론 지역단체들이 함께 학교 주변을 다니며 범죄예방 및 건전한 청소년문화 캠페인을 벌이는 것으로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밖에도 학교주변 순곡천(고기리천)에는 매월 2회씩 학생들과 공동으로 정화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물론 학교내에는 교사와 학생들이 만든 봉사활동 동아리가 다양한 활동에 나서는 등 학교 전체에 봉사활동붐이 일고 있다.
● 새로움에 도전하는 분당중학교
개교기념일인 지난 6월5일 학부모지도단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 41명은 광주 한사랑마을을 찾았다. 학생들은 봉사활동 보다는 몸을 가누지도 못하며 어렵게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충격을 받은 듯 말이 없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가족에 대한 감사함과 남을 돕우면서 얻는 기쁨을 깨달았다는 소감문을 내고 매주마다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분당중학교에는 다른 학교와 달리 영역별로 전교생이 학부모와 함께 모듬을 구성한 것이 특징. 일손돕기 영역에는 성남 YWCA와 연계한 3개의 모듬에 15명의 학생과 6명이 참가하는 등 16개의 모듬이 만들어져 있다.
또 독거노인과, 시온의 집, 임마누엘을 방문하는 위문활동에는 9개모듬이 활동하고 학습부진 친구돕기 등 지도활동에도 10개 모듬이 만들어 져 있는 등 전교생이 모듬에 가입 월 2회씩 의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더욱이 모듬별로 지도교사와 학부모가 포함돼 함께 움직이면서 주말이나 수업이 끝나기만 하면 학교전체가 거대한 자원봉사활동 단체처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 학교 김경숙교사는 “봉사활동은 체험적인 인성교육으로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는 교육활동”이라며“학부모가 함께하면서 학생들이 느끼는 감동도 그 만큼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직업보다 소중한 것은 ‘윤리의식’
오산정보산업고는 대부분의 학교가 봉사활동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던 지난 2000년에 이미 학교내 쓰레기 및 폐기물 분리수거를 담당하는 하얀사랑봉사단과 정신지체장애인 생활시설인 성심동원 봉사활동을 벌이는 성심봉사단이 결성됐다.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의 의미가 조금씩 형성돼 가던 2000년12월에는 수원 남문의 다솜회가 벌이는 노인급식 활동에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이 함께 참석하면서 학부모지도단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 급식봉사는 매주 일요일 진행되고 있지민 지금까지 한번도 빠진 적이 없는 모범적인 활동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봉사활동시범학교의 대표교로서 도내에 결성된 학부모지도단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학교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도내에 결성된 80여개의 학부모지도단은 학교내 활동의 지원, 인근 불우시설 방문 등을 학생과 함께 펼치면서 아름다운 사회공동체의 기초를 다져가고 있다.
도교육청 김선일장학관은 “학부모지도단의 다양한 활동으로 학교의 봉사교육이 더욱 빚을 발하고 있다”라며“앞으로도 이들 학부모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것은 물론 학교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교육활동을 더욱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종식기자 js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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