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죽파 선생을 기리며…竹坡의 가야금’ 음반 나왔다

가야금의 명인 문재숙씨(이화여대 음대 한국음악과 교수)가 최근 스승인 고(故) 김죽파선생(본명 난초;1912~1989)을 기리며 연주음반 ‘문재숙의 죽파 이야기’를 냈다.(신나라레코드)

죽파(竹坡)는 가야금 산조의 효시라 불리는 김창조선생(1865~1919)의 친손녀로 산조의 법통을 잇는 당대의 명인이었으며 ‘김죽파 가야금산조’라는 또 다른 전통의 씨를 뿌리기도 했다.

문씨는 그런 죽파의 1기 이수자이며 지난해 7월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김죽파 가야금산조 보유자로 지정예고 된 바 있다.

죽파의 많은 제자들 속에서도 문씨가 주목되는 건 그녀의 예술과 치열한 학문적 탐구가 스승의 그것을 가장 잘 이해하고 보다 넓은 세계로 펼쳐 나가게 하는 깊이 때문.

이번 음반은 문씨가 죽파로 부터 전수받은 산조를 비롯, 민간풍류, 가야금병창, 신민요 등 가야금 연주의 모든 것을 총망라했으며 스승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담았다. 하지만 죽파를 무작정 따르는 형식이 아니라 문씨의 가야금으로 스승을 그려냈다.

첫 곡으로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 합주’가 눈에 띄는데 산조는 원래 독주로 연주되는 곡이지만 최근 들어 여러 연주자가 같은 가락을 함께 제주하는 형태로도 연주됐다. 하지만 이번 음반에서는 독주 부분은 그대로 연주하고 반주부분만 서로 다른 선율의 12현 가야금과 25현 가야금이 사용됐다.

옛 선인들의 풍류를 느낄 수 있는 두번째 곡 ‘민간풍류 중 뒷풍류’는 현재까지 전승된 몇가지의 민속풍류 가운데 죽파를 통해 전승된 풍류를 연주한 것인데 계면부터 굿거리까지를 담았다.

이 밖에 또랑또랑 가야금 반주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절제미가 깃든 ‘가야금병창(명기명창)’과 구조아리랑과 오동나무를 연주한 ‘신민요’, 죽파의 조부에 뿌리를 두고 한성기를 거쳐 죽파에 의해 전승·발전된 ‘김죽파 짧은 가야금 산조’ 등이 들어 있는데 특히 ‘김죽파 짧은 가야금 산조’는 문씨가 왜 죽파의 정통을 잇는 가야금 연주자인지를 새삼 확인시켜 준다.

앨범에 참여한 연주자로는 대금 홍종진, 장고 김정수·김청만, 가야금 신성자·신미란·강정숙, 소리 이춘희 등 각 분야 내로라 하는 국악인들이 함께 했다.

한편 문씨는 1993년 ‘김죽파 가야금 산조의 변천과정 연구’로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데 이어 2000년에는 ‘김죽파 가야금 산조’ CD를 출시했다. 또 지난해에는 한국음악평론가협회에서 ‘올해의 음악가상’을 받았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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