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손을 아시나요’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수내고교는 재학생들의 동아리활동으로 더욱 유명하다.
특히 이가운데 청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수화동아리는 어려운 이웃들을 넉넉한 사랑으로 감싸주고 있다.
이 동아리 학생들은 노래를 손으로 부른다. 교실에서 “어둔 불빛 아래 촛불하나. 와인 잔에 담긴 약속하나…”는 쿨의 ‘아로하’란 노래가 흐르면 수십개의 손들이 춤을 춘다. 손의 언어를 익히며 착하고 따듯한 마음을 쌓아 가는 것이다.
분당 신도시의 신설 학교인 이 학교는 성적순으로는 크게 내세울 게 없다. 하지만 학모부와 교사들은 “우리 아이들은 착해요”라고 강조한다.
수내고는 5회 졸업생을 배출한 올해 처음으로 서울대 인문계열에 졸업생을 진학시켰다. 장윤경양(18)이 주인공이다. 장양의 경우도 수내고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교육 열풍이 부는 신도시에서 장양은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과외나 학원 한번 가지 않고도 명문대에 합격하는 쾌거를 거뒀다. 그래서 이 학교는 축제분위기다.
김택윤 교감은 “장양의 서울대 입학이 장양만의 성공에 그치는 게 아니라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후배들이 더욱 도전의식을 갖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학교는 또 1명의 자랑스런 학생을 배출했다. 정유선양(18)이 SBS 드라마 작가로 선발된 것이다. 정양의 발탁은 같은 또래만이 아닌 성인들과의 경쟁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사실 공부만의 잣대가 아니면 이 학교 학생들의 특기는 곳곳에서 구현되고 있다. 최종윤군(18)이 세계모형비행기 자유비행부문 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1위에 입상했는가 하면 한국청소년 디자인전람회, 전국 NGO활동발표대회, 전국체전 태권도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학교 학생들이 수상자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내고는 올들어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을 교육지표로 내세우고 원어민 강사를 앞세운 영어교육 강화, 중국 상하이(上海)에 있는 자매결연 학교인 민리고교와 교류를 통해 학생들을 세계를 향해 열린 마음을 갖도록 육성하고 있다.
박만장 교장은 “수내고의 자랑은 꼴찌들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이라며 “공부보다 열린 마음을 갖는 수내고인이 앞으로 우리사회에 주역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박흥찬기자 parkhc@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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