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조선호텔의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그는 고려시대 장군의 모습을 재현한 갑옷에 철퇴를 든 늠름하고 근엄한 장수의 모습으로 다른 출연진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무게를 재보진 않았지만 아마 족히 30kg은 될 `래 1258년(고종 45년) 최후 집권자인 최의가 죽기까지 약 90년간의 무신정권 시기 를 다루는 150부작 대하 드라마.
‘여인천하’의 유동윤 작가가 극본을 쓰고 연출은 ‘명성황후’의 윤창범 PD와 신창석PD가 맡아 ‘태조왕건’의 인기몰이를 재현해낼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그가 연기하는 이의방은 무신정권 90년간의 최초 집권자이자 의종을 폐하는 직접적인 사건인 ‘보현원의 참살’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어요.‘태조왕건’할 때 2년 반 동안 너무 고생을 해서 다시는 사극을 안 하겠다고 마음먹었거든요. 그런데 이건 ‘여자가 애 안 낳는다’고 다짐하는 거랑 똑같은 것 같습니다. 결국 또 하게 되니까 말이죠.” 그는 ‘태조왕건’을 출연하면서 실제로 불화살에 맞아 목 아래에 아직도 화상자국이 선명하다. 성형수술을 했는데도 흉터는 그대로라면서 실제로 기자들에게 흉터를 보여주기도 했다.
연기하면서 고생하는 부분 외에도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내심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이의방이 무예에 뛰어나고 근엄한 장군이다보니 캐릭터 변신이 없으면 견훤과 차별화되는 점이 없어 시청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어 저 사람 견훤이잖아’, ‘그때랑 똑같은데 뭐’ 하실까봐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견훤보다 이의방이 더 무식하고 본능이 앞서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다소 천박하기까지 한 소위 ‘무지렁이’ 캐릭터를 부각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작진은 난을 일으켜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르는 이의방이 가진 카리스마와 위엄을 부각시키지 않으면 1년 6개월을 끌고 가야 하는 작품의 중량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결국 그는 연기자로서의 캐릭터 변신보다는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의 부속품처럼 작품의 큰 틀에 자신을 맞추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의방, 정중부, 이의민, 경대승, 최충헌 등 무인시대의 집권자들 중 이의방이 가장 매력있는 역할입니다. 멋지고 짧고 굵게 살거든요, 의종의 애첩이 마음에 든다고 그의 여자를 빼앗아 데리고 살아요. 왕의 여자를 데리고 산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가 아니라면 그 시대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얘기죠.” 결국 그런 이의방도 여자 때문에 망하고 만다 임씨(유혜정)라는 여인을 강제로 첩으로 만들어 임씨의 꼬임에 빠져 무장을 하지 않고 있다가 정중부(김흥기)의 아들 정균(이민우)에게 살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짧고 굵게 한 번 살아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누가 왕으로 10년만 살다 죽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다면 그 제안 받아들이고 싶은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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