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정조시대의 재조명’ 학술대회가 27일 오후 2시 수원 리젠시 부페 웨딩홀에서 개최됐다.
정조사상연구회(회장 이대규)와 경기사학회(회장 최홍규)가 공동주관한 학술대회는 조선 후기 개혁왕정을 주도하면서 탕평정치, 산업진흥, 문화중흥의 시대를 구현했던 정조대왕의 업적을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3부로 나눠 진행된 학술대회는 최홍규 경기대 교수, 박현모·문중양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가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
최홍규 경기대 교수는 ‘정조시대의 활자본 의궤류 편찬-원행을묘정리의궤를 중심으로’란 주제발표를 통해 “정조 말엽에 간행된 ‘원행을묘정리의궤’는 정리자(整理字)를 사용한 최초의 활자본 의궤로 ‘화성성역의궤’와 함께 정조시대의 정치, 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실상과 동태를 이해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연구자료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원행을묘정리의궤’는 정조 19년 1795년 생부모인 혜경궁 홍씨와 장현세자의 회갑을 맞아 시행한 대대적인 원행행사의 전 정을 담은 거국적인 가례(嘉禮) 에 관한 의궤이며, ‘화성성역의궤’는 정조 18년(1794년)부터 정조 20년(1796년)에 걸쳐 진행된 수원 화성 축성과 관련된 각종 물자와 동원된 인원 등을 상세히 기록한 의궤다.
최교수는 “정리자에 의한 활자본 의궤를 대량으로 간행해 중앙과 지방관서, 관련 신료와 백성들에게까지 왕실과 국가 행사의례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이는 정조가 추구하던 개혁정치와 왕권 강화의지를 천명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박현모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는 ‘정조의 탕평정치와 한국정치-의국론 관점에서 본 정조의 리더쉽’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정조는 당시 정파간의 갈등을 중병에 걸린 환자로 진단하고 정파간 반목과 갈등을 해소하는 인사 처방으로 탕평 정치를 구가했었다”면서 “정조의 의국론(醫國論)과 규장각이란 정책집단을 발굴, 육성할때 우리나라는 ‘제 4의 중흥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교수는 중병에 걸린 한국정치 치유방법으로 나라의 중심축을 바로 세워 정쟁과 대립의 정치를 종식시키고 유능한 인재를 고루 등용하여 온 나라가 하나되는 ‘대동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교수는 인사정책과 관련, 어떤 집단도 정치적 정당성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각 집단의 장점과 단점을 서로 연계시키는 ‘이열치열의 대국적 탕평책’을 수용해 지역주의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북포용정책의 경우처럼 공평한 제3세력이 대립하는 두 집단사이를 오가며 서로의 장점을 납득시키고 타협케 하는 정조의 ‘중재의 리더쉽’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박교수는 소외지역과 계층-남북한내에 있는 정치범과 양심수들을 석방하거나 교환에 대한 인재 안배정책을 통해 정치보복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정책결정과정을 투명하게 해 부패의 소지를 최소화했던 정조의 정책처방은 법안 날치기 통과와 졸속처리하는현대국회가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3부 발제자인 문중양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는 ‘정조대 천문역산 전문가의 과학담론-서호수와 이가환을 통해서 바라본 18세기말 조선 천문역산학의 일면’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서호수와 이가환은 정조대 최고의 천문학자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들의 활동과 사상에 관해서는 거의 알려진바 없었지만 중국 천문역산학을 발전적으로 수용하면서 자부심이 대단했었다”고 밝혔다.
문교수는 정조대 사대부 지식인중 천문역산분야에서 학문의 깊이와 폭이 넓었던 사람은 서명응·서호수 부자로 1796년 편찬된 ‘국조역상고’는 문헌비고의 ‘상위고’와 19세기 편찬된 ‘서운관지’와 함께 조선시대 천문역산학의 가장 중요한 문헌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교수는 “이가환이 과연 천문역산 전문가였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를 확증할만한 직접적인 사료가 없어 곤란하다”면서 “그러나 1778년 정조와의 천문대책을 논하는 과정에서 역상의 바른 이념을 세우고 역의 본원적 기능을 회복하고, 정밀 천문의기 제작, 역상업무 전문가 양성과 관련된 설득력 있는 주장과 논증을 통해 그의 전문가다운 면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종만기자 jmg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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