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내면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몸으로 전이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특정한 류(流)나 정형화된 틀에 얽매이면 결코 자신의 춤을 이룰 수 없죠.”
한송이 연보라색 구절초를 연상케하는 박경랑씨(42, 한국영남춤보존회장)의 ‘영남교방청춤’ 공연이 15일 오후 7시 경기문화재단 3층 다산홀에서 펼쳐진다.
즉흥적인 춤 세계를 강조하는 박씨는 조선시대 격이 높은 기생들이 추었던 영남교방청춤의 맥을 잇고있는 춤꾼이다.
‘화성 재인청춤’이 예인·광대·소리꾼 등 민간주도로 이어져왔다면 ‘영남 교방청춤’은 여성의 내면을 표현한 예술성 높은 창작무용으로 고려 문종 때부터 조선조까지 관기제도에 따라 교방청(敎坊廳)에 의해 전수됐다.
원래 ‘교방’이란 궁내 설치한 기녀들의 악(樂)·가(歌)·무(舞) 교습기관으로, 후에 지방에까지 교방청을 뒀으나 조선왕조의 몰락과 함께 관기제도가 폐지됐다. 이후 여기(女技)들이 기녀(技女)조합을 결성해 악·가·무를 통해 생업을 삼았다.
박씨가 펼칠 영남 교방청춤은 특히 동작이 복잡하고 즉흥적인 것을 연출하는 춤으로 우리나라 전통 춤의 4대 요소인 한·흥·멋·태를 고루 갖추고 있다.
“차분하면서도 끈끈하고 섬세하면서 애절한 것이 영남 교방청춤이예요. 춤을 출때면 부지불식간 정·중·동의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무아지경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어요.”
박씨는 제18회 전국 전통예술경연대회 대상(1993), 대구국악제 대상(1993), 개천한국무용제 대상(1994), 전주대사습놀이 무용부문 장원(1995), 서울전통공연예술 경연대회 최우수상(1996), 서울공연예술 경연대회 대상(1997) 등을 수상한 춤의 달인으로 한국 전통춤에 관해선 더이상 아쉬울 것이 없는 인물이다.
이러고보니 후배들이 봇짐(?)을 지고 그 밑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인 춤의 대가들로부터 제자로 들어오라는 권유를 수차례 받았다.
그러나 박씨는 아무개 선생의 이수자니 전수자니 하는 소위 전통춤에 대한 인증마크(?) 획득을 과감히 거부했다. 영남교방청춤의 독보적인 존재로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춤류(流)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이번 공연에서는 ‘살품이춤(어이갈꼬 어이갈꼬)’, ‘승무(법무)’, 영남교방청춤(풍류 한마당)’ 등이 펼쳐진다.
특히 ‘가벼운 듯 가볍지 않고 무거운 듯 무겁지 않은’ 박씨의 영남 교방청춤은 굿거리장단을 위주로 입춤과 부채춤 등이 교차돼 옛 기녀들이 펼쳤던 애교스런 교태와 우아한 자태를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02)363-2351
/고영규기자 ygk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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