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생활의 발견

홍상수 감독이 신작 ‘생활의 발견’이 22일 개봉된다.그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오 수정’까지 평범한 남녀의 모습을 통해 일상의 단면과 삶의 위악을 가감없이 그려내 주목받았던 감독.

홍감독은 이제 일상성에 관한한 도가 튼 듯 보인다. 예의 이번에도 가식을 걷어낸 연애담을 들고 나왔다. 줄거리랄 것도 없다. 한 남자가 6박7일 동안 여행하면서 성격이 상반된 두 여자를 만나 겪게되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채워넣었다.

시나리오처럼 각 이야기마다 소제목도 붙었다. #경수가 영화사에 가서 감독과 말다툼을 하다 #경수가 기차 안에서 선영을 만나다 등등.

경수(김상경 분)는 연극계에서는 제법 알려진 배우. 모처럼 영화에 출연했다가 흥행에 실패하고 차기작 캐스팅까지 무산되자 영화사로부터 러닝개런티를 뺏다시피 받아들고는 춘천에 사는 아는 선배를 찾아간다.

그 곳에서 선배 소개로 만난 여자가 명숙(예지원 분). 무용학원 강사인 그녀는 처음 만난 술자리에서 “어색한 거 없애게 뽀뽀나 할까요”라며 적극 호감을 보인다.

관계가 급진전해 하룻밤을 같이 보낸 두 사람. 뒤늦게 명숙과 선배가 ‘심상치않은’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수는 찜찜한 마음을 뒤로 하고 기차에 몸을 싣는다.

옆자리에 앉은 여자 선영(추상미)이 갑자기 아는 체를 한다. 그가 출연한 연극과 영화까지 다 봤다는 여자의 말에 마음이 동한 경수는 무작정 그녀를 따라 경주에 내린다. 알고 보니 그녀는 유부녀. 선영의 다가설 듯 말 듯한 태도에 마음이 더욱 달아오른 경수는 그녀 집까지 쫓아가고 둘은 결국 ‘선’을 넘고 만다.

관객과 거리감을 좁히려는 의도였을까. ‘생활의 발견’은 감독의 전작들보다 훨씬 가볍고 코믹해졌다. 웃음은 주로 뜬금없는 대사와 생뚱맞은 상황에서 나온다. 주인공들이 툭툭 내뱉는 대사들은 언뜻 아무런 의미가 없어보이는데도 마치 계산된 것처럼 적재적소에서 튀어나와 폭소를 자아낸다.

극 전반에는 ‘모방’의 코드가 들어있다. 춘천 공지천에서 떠다니던 오리배가 경주에서도 슬쩍 비춰진다. 경수가 선배한테 들었던 “인간이 되긴 어렵더라도 우리 괴물은 되지 말자”라는 말을 마치 제 생각인양 남한테 똑같이 내뱉는다. 경수와 명숙사이에서 오간 대화가 경수와 선영 사이에서 다시 한번 오고 가는 식이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동어반복적인 표현을 곳곳에 심어놨다.

포장과 환상을 걷어낸 삶은 결국 ‘거기서 거기’라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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