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설적 프로복서 무하마드 알리. 그가 ‘세기의 영웅’으로 꼽히는 것은 통상 ‘61전 56승 37KO’이라는 화려한 전적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인종차별과 국가 권력에 맞서 싸웠던 투사였다. 또 ‘떠벌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언변으로 동시대인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줬던 엔터테이너이기도 했다.
알리의 실제 이름은 카시우스 마셀러스 클레이. 1942년 미국 켄터키주에서 태어난 그는 지독한 인종차별에 시달리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60년 로마올림픽 라이트헤비급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지만 인종차별은 계속됐고 이에 격분한 그는 금메달을 오하이오 강물에 던져버리기에 이른다. 이후 그는 말콤 엑스와 인연으로 이슬람교로 개종한 뒤 이름도 ‘무하마드 알리’로 바꾼다.
프로권투선수로 전향한 그는 64년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는 명언을 남기며 링에 올라 당시 챔피언 소니 리스튼과 맞붙는다. 결과는 7회 KO승. 영웅으로 등극하는 순간이다.
그 앞에는 이제 탄탄대로가 열린 듯 했다. 종교적 신념때문에 베트남전 징집을 거부한 그에게 챔피언 타이틀 박탈이라는 가혹한 벌이 주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쯤에서 주저앉았다면 지금의 영웅 알리는 없었을 것이다.
불굴의 투지를 발휘한 그는 이후 조 프레이저와 켄 노턴 그리고 조지 포먼과 벌인 그 유명한 ‘아프리카 격전’까지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를 일궈내며 영웅 자리를 되찾는다. 전세계 헤비급 타이틀을 세차례나 차지하는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마이클 만 감독의 전기영화 ‘알리’는 그의 권투 인생 가운데 파란만장했던 1964년부터 74년까지 10년의 세월을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그린다.
현재 생존하고 있는 인물을, 더군다나 전세계 사람들이 알고있는 유명 인물을 스크린에 옮기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미국 개봉 당시 언론과 평단은 “잘 만든 작품”이라는데 대체로 동의했지만 알리의 숨겨진 또다른 면모를 기대했던 이들은 그의 삶을 시간순으로 전개한 이 영화가 “전혀 새로울 게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영화는 알리의 신들린 듯한 권투 경기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개인사를 찬찬히 훑으면서 영웅 탄생의 과정을 서서히 보여준다.
알리의 개인적 고뇌 뿐아니라 그와 유명 권투 해설자 하워드 코셀(존 보이트)과의 우정, 알리의 코치인 드류 분디니 브라운(제이미 폭스) 그리고 알리의 부인 등 그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도 세심하게 잡아내 드라마를 강조했다. 타이틀롤을 맡은 윌 스미스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알리의 삶이 더욱 극적인 것은 그의 불우한 노년때문이기도 하다. 오랜 복싱 생활 후유증으로 파킨슨씨병을 앓아 현재 거동이 불편한 그 이지만 영화를 통해 알리는 영원한 영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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