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리빙 하바나

영화 ‘대부3’ ‘언터처블’로 유명한 앤디 가르시아는 쿠바 출신의 배우. 카스트로가 정권을 잡은 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할리우드에서 배우로서 성공했지만 고향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달랐다.

그런 그가 고향 ‘하바나’로 돌아왔다. 쿠바 출신의 유명 재즈 뮤지션 아투로 산도발의 삶을 그린 ‘리빙 하바나’에서 아투로 역을 맡아 혼신의 연기를 펼친 것.

쿠바 혁명기에 자유로운 음악 세계를 갈구하며 미국에 망명을 요청한 아투로가 미대사에게 망명 경위를 설명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반추한다는 게 주된 내용.

‘혁명가 체 게바라의 나라’ 쿠바는 전통적으로 스포츠와 함께 ‘음악’ 강국으로 꼽힌다. 70∼80대 백전노장들로 구성된 쿠바의 세계적인 재즈밴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은 독일 빔 벤더스 감독이 이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더욱 유명하다.

‘리빙 하바나’의 모델인 아트로 산도발(Arturo Sandoval)은 지난 82∼84년 쿠바의 최고 연주자로 선정됐고, 그래미상을 3번이나 받은 천재적인 재즈 트럼펫터. 쿠바 정부의 혜택 아래 정통 음악 교육을 받은 그는 선천적인 자유주의자였다.

매혹적인 여성 마리아넬라에게 첫 눈에 반해 결혼하지만 정부가 자신의 음악 세계를 통제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자신의 음악적 재능은 “정부가 준게 아니라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항변한다.

결국 그는 쿠바를 방문한 ‘비밥 재즈의 거장’ 디지 길레스피의 도움으로 가족과 함께 목숨을 건 미국 망명길에 오른다. 중간 중간 장면이 툭툭 끊어지는 아쉬움이 있지만 하바나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펼쳐지는 ‘재즈의 향연’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훨씬 크다.

혁명을 열렬히 지지하던 마리아넬라와 자유주의자 아투로. 서로 상반된 사고방식을 지닌 두 사람이 사랑을 통해 이를 극복해내는 과정도 제법 감동적이다. 쿠바정부에 쫓긴 채 아투로가 미국 망명길에 오르기까지 긴장감도 팽팽하다.

무엇보다 이번 배역을 위해 크게 몸을 불리는 열정을 보여줬던 앤디 가르시아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그는 실제 아투로가 된 듯 실감나는 연주 연기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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