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아프리카

11일 개봉할 ‘아프리카’는 펑키 코믹액션쇼를 표방한 영화답게 도발적인 설정에 통쾌한 줄거리를 담고 있다.

주인공들의 반란은 우연히 권총 두 자루를 손에 넣으면서 시작된다. 일이 잘 안풀려 의기소침해 하던 대학생 지원(이요원)과 소현(김민선)은 답답한 일상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빌린 차 안에 권총 두 자루를 발견한다.

이 총은 형사인 김반장(성지루)과 조직폭력배 중간보스 날치(이제락)가 도박판에서 판돈 대신 걸었다가 밤무대 가수 리키(박일준)에게 잃은 것. 소현의 남자 친구는 소현의 환심을 사려고 차를 훔쳤다가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지원과 소현은 서울에 돌아가는 대로 주인을 찾아 돌려주기로 마음먹지만 돌발사태가 이어져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다. 더구나 외모 콤플렉스를 지닌 시골 다방의 영미(조은지)와 자신을 농락한 남자에게 복수를 꿈꿔오던 진아(이영진)가 차례로 합류하면서 사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한편 김반장과 날치는 이들을 추적하나 번번이 허탕만 친다. 반면에 이들을 흉내낸 모방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사이버공간에서는 ‘네 명의 혁명적인 우상을 숭배하는 사람들’이란 뜻을 지닌 팬클럽 ‘A.F.R.I.K.A(Adoring Four Revolutionary Idolsin Korean Area)’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다.

중견 신승수 감독은 노련한 솜씨로 4명의 여배우들을 조율해 개성적이면서도 조화를 이룬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이요원은 ‘고양이를 부탁해’의 혜주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으로 팀의 리더 역할을 훌륭히 해냈고 ‘눈물’에서 재능을 선보였던 조은지는 좌충우돌하는 폭소연기로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김민선과 이영진은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에서 보여준 대로 각각 새침데기다운 매력과 중성적인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썩 괜찮은 페미니즘 영화의 탄생을 기대하던 관객을 다소 실망시킨다. 이른바 ‘조폭 코드’를 드러내는 장면이 끊임없이 등장해 진지한 성찰의 기회를 빼앗아가고 통쾌한 감동을 값싼 웃음으로 희화화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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