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유년시절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마리이야기’는 바닷가 외딴 마을에 사는 수줍음 많은 소년이 신비한 구슬을 통해 요정 ‘마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이성강 감독의 첫 장편이다.
토종 캐릭터와 향토색이 물씬 풍기는 에피소드를 내세운 ‘마리…’는 가슴 한구석에 뭔가 ‘허전함’을 품고 사는 고향을 떠나온 도시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여타 만화 속에서 항상 봐왔던 ‘얼굴에 절반을 차지하는’ 큰 눈을 가진 주인공들은 찾아볼 수 없다. 조그마한 눈에 구릿빛 피부를 지닌, 촌스러움이 뚝뚝 묻어나는 시골 소년, 소녀의 모습이 자리하고 있다.
목욕탕을 나서다가 같은 반 여자 친구를 만나 얼굴을 붉힌 일, 한 여름밤 모기장 속에서 친구와 배를 내놓고 잠잤던 경험같은 소소한 추억들은 PC게임에 열광하는 요즘 어린이들의 감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마리…’는 ‘전체관람가’이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가깝다.
바닷가에서 할머니, 엄마와 함께 사는 소년 남우.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재혼을 앞두고 있다. 할머니 역시 병세가 완연하고, 단짝 친구마저 곧 서울로 전학 가려하자 남우는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던중 남우는 우연히 구슬속에 살고있는 요정 ‘마리’를 만나면서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온몸을 흰 털로 감싼 눈처럼 하얀소녀 ‘마리’의 이름은 ‘한 마리’ ‘두 마리’같은 동물을 세는 단위에서 따왔다.
쪽빛 바다와 우뚝솟은 등대, 환한 전등을 매단 오징어잡이 배, 털북숭이 개 등 매 장면 장면이 도화지 위에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수채화처럼 펼쳐져 있다.
특히 남우가 경험하는 판타지의 세계를 강조하기위해 인물이나 사물 등 ‘현실세계’는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초반에 하늘을 나는 갈매기의 활로를 따라 보여주는 회색빛 도시의 풍광과 버스, 어촌의 풍경, 소소한 사물 하나하나까지 정밀묘사를 하듯 그렸다. 인물은 2D, 배경은 3D를 이용해 공간감과 빛 등을 현실감있게 표현했고, 캐릭터의 선을 없애 회화적인 느낌을 살렸다.
목소리 배우들이 눈에 띈다. 이병헌이 주인공 남우의 성인 역으로 등장하는 것을 비롯해 배종옥이 남우 엄마, 안성기는 남우 엄마를 사랑하는 바닷가 아저씨, 나문희는 남우 할머니, 공형진은 남 우의 친구 준호, 장항선은 선장인 준호 아버지의 목소리를 각각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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