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WTO 가입.. 국내기업들의 명.암

신흥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15년간의 기나 긴 협상 끝에 지난달 11일 세계무역기구(WTO)의 정식회원으로 가입함에 따라 국내기업들은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있다.

중국 WTO가입에 따른 국내기업들의 명(明)·암(暗)을 짚어본다.

▲명(明)

자본주의 개방에 이은 ‘제2의 개방’으로 평가받고 있는 중국의 WTO가입은 세계시장이 요구하는 일정분의 개방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만큼 대 중국 수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커다란 호재임에 틀림없다.

중국의 평균 관세율은 현재 17%에서 2005년까지 단계적으로 9.4%까지 떨어지고 비관세 장벽도 완화된다.

이와함께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WTO규정에 의한 3자간 분쟁조정 절차에 따라 해결함에 따라 마늘분쟁에서 나타난 것처럼 쌍무협상에서의 불리함도 해소될 전망이다.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중국의 WTO가입에 따른 각종 관세율 인하로 한국의 대중 무역환경이 개선되고 수출 및 무역수지 흑자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산업자원부 역시 중국의 WTO가입은 대 중국 수출증대, 국내기업의 중국진출 확대, 무역분쟁 해결 등의 효과와 함께 연 10억달러의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으면서 물류수송의 관문 역할을 맡고 있는 인천지역 경제는 최대 수혜를 입을 것 이라는 분석 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인천지부는 최근 발표한 ‘중국의 WTO가입과 인천수출’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WTO가입으로 인천의 대 중국 수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국내 도시가운데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중국 관세율 인하로 현재까지 국내 업체가 경쟁력 우위에 있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철강, 기계류, 전기전자 등의 품목 수출은 당분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천지역의 올 전체 수출액 중 이들 4대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62%에 달하는데다 각 품목별로도 10% 이상씩 골고루 분포돼 있어 일부 품목에 편중돼 있는 타 지역 보다 많은 수출확대를 기대케 하고 있다.

인천의 주력 수출산업인 자동차 및 관련 부품 수출도 올해 대우차 사태 등의 악재로 위축되기는 했지만 최고 100%까지 달했던 중국측 관세가 25%까지 인하될 경우 단기간내 수출회복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높은 관세율 때문에 중국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완성차 및 부품의 중국시장 공략이 본격화 할 경우 인천지역의 수출회복은 일층 가속화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인천의 대 중국 수출은 지난해 이후 큰 폭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무역협회의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 하고 있다.

인천의 대 중국 수출은 지난해 15.8%의 증가세를 보인데 이어 올해도 전국 대 중국 수출중가율 1.5%보다 무려 10배가 넘는 22.3%라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인천지역 전체 수출액이 지난해에 비해 15.1%감소한 것과 대조를 이루며 대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무역협회는 인천의 대 중국 수출 호조에 대해 지역 수출업체들이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해 중국특수에 대비하고 중국시장 판로 개척에 노력을 기울인 점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2001년) 10월 말 인천지역 무선통신기기의 대 중국 수출이 전년도 같은기간 518만달러보다 무려 18배나 증가한 9천722만달러를 기록한 것은 13억 인구의 거대중국시장에 대한 효율적인 공략만 이뤄진다면 ‘꿈의 중국특수’가 허황된 꿈만은 아니라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평택항 이라는 지리적 입지조건을 갖춰놓고 중국시장 개방에 따른 최대 수혜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기전자(53.9%)와 자동차(14.1%)업종이 대 중국수출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경기지역 역시 중국의 이번 WTO가입은 틀림없는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김인규 무역협회 인천지부장은 “지자체 및 유관기관들이 중국의 WTO가입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대 중국 수출 확대가 침체에 빠진 인천경제 회복의 돌파구인 점을 깊이 인식하고 관내 중소기업들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암(暗)

중국의 WTO가입은 국내 기업들에게 세계 최대시장 개방이라는 선물과 함께 제3시장에서의 중국과 정면충돌이라는 쉽지않은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13억 인구의 중국이 낮은 인건비를 이용한 가격경쟁을 무기로 한국과 중복되는 비 기술집약 수출업종을 공략한다면 제3시장에서의 한국기업 입지는 약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중국의 관세인하로 세계 각국의 제품들이 중국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종전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WTO가입에 따른 대 중국 투자환경 개선효과는 한국만이 아닌 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중국은 또 자신들의 무역수지 적자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한국에 대한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통상압력을 가할 가능성에 따른 양국간의 통상마찰 증가 우려도 안고있다.

특히 중소기업 규모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천·경기 지역의 중국 진출업체들이 급변하는 중국시장에 대한 충분한 사전준비를 하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중국시장에서 도태되는 최악의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유럽의 한 경제전문지는 한국의 번영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북한의 남침이 아닌 중국의 빠른 시장 경쟁력 향상을 손꼽기도 했다.

우리 기업들이 급변하는 중국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과 경영혁신을 통한 기업 기반 강화를 통한 주력 업종의 기술우위를 유지하면서 상품의 차별화를 꾀하는 길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정진규 중국팀장은 “중국의 WTO가입은 중국 내수시장이 열리는 동시에 전 세계의 다국적 기업들과의 무한경쟁을 의미하는 것 이기도 하다”며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 제고에 실패 할 경우 중국시장은 물론 제3시장까지 잃어버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류제홍기자 jhyou@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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