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시크릿 러브

한국 관객에게는 낯선 스위스의 영화 한편을 모처럼 만날 기회가 찾아온다.

10일 개봉될 ‘시크릿 러브(Secret Love)’는 청각장애인 수녀와 소매치기의 따뜻한 사랑을 그린 이야기. 제목이 풍겨내는 묘한 유혹에 빠져 ‘엉뚱한’ 기대를 품고 영화를 관람한다면 열에 일곱, 여덟은 후회할 게 뻔하다.

주인공 안토니아는 20세가 되자 수녀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바깥세상과 담을 쌓고 침묵에 갇혀 사는 수녀원 생활이 딱 맞을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목소리로 성가를 부르는 수녀들 틈에서 혼자 입을 다물고 우두커니 서있는 시간은 너무 외로웠다. 그도 수화로 노래하는 법을 제대로 배워 하느님께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에게 운명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수녀원의 규율에 따라 노숙자 숙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부터. 안토니아는 리투아니아에서 흘러들어온 소매치기 마카스가 말을 못해 곤란을 겪자 친절하게 도움을 준다. 마카스는 금세 안토니아의 따뜻함과 청순함에 반하지만 자신의 정체와 상대의 신분 때문에 주저하고, 안토니아 역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에게 이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갈등에 빠진다.

안토니아는 과연 수녀복을 벗어던지고 마카스에게 몸을 던질 것인가. 사랑의 결실은 이뤄지지 않지만 안토니아는 꿈을 이루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남녀 주인공을 맡은 라스 오테르스테드와 에마뉘엘 라보릿은 실제로 청각장애를 지닌 배우. 이들은 각각 스웨덴과 프랑스 출신이어서 통역자가 필요했으나 서로 상대방의 ‘침묵의 소리’를 알아 듣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한다(영화 속에서는 세계공용수화를 쓴다).

수화를 모르는 관객들도 둘의 그윽한 눈빛이나 표정을 보면 자막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감정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마치 소극장 연극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은 것처럼 주변 등장인물이 적고 배경이 단조로와 재미는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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