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립팝스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침체에 빠진 한국 오케스트라에 활력이 필요한 때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라 청중 부재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KBS나 시향을 비롯한 전국의 관립오케스트라가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활성화되지 않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여기에 민간오케스트라는 만성적인 재정 압박으로 하루 하루 이벤트 행사에 기대어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市 지원의 오케스트라가 운영의 경직성 탓으로 세금만 축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터에 경기도립팝스오케스트라의 서울 연주회는 우리 오케스트라의 한 방향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느꼈다.

지난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 홀에서 있었던 이 음악회는 창단 4년 만에 깜짝 놀랄만한 수준으로 변신한 탓에 부러움 마저 느껴졌다.

대부분이 여성으로 구성된 민간오케스트라와 달리 남성 단원의 비율이 높아서인지 풍부하고 탄력감 있는 사운드는 팝스 오케스트라에 대한 편견을 고쳐 놓기에 충분했다. 이 날 연주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이는 오케스트라가 관객에 충분한 즐거움과 재미를 주어야 한다는 목표 설정에 있다. 그래서 클래식이라면 일단 경계하는 일반의 거리감 해소 없이 관객 확보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판단은 옳았다.

클래식, 대중음악, 영화음악의 다양한 메뉴가 관객의 열띤 반응을 얻은 원인이다. 특히 ‘경기 멋진 남자들’의 성악 앙상블 단체 결성은 문화상품으로서의 가능성 마저 발견케 했다.

지휘자 최선용의 세련되고 깔끔한 지휘와 해설 진행이 팝스오케스트라가 청소년용이란 편견을 불식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어서 만석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지역 문화 역량을 과시한 사절단이 가을 저녁 한껏 낭만을 한껏 선사한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행정의 목표라 할 때 문화가 중심에서야 함을 다시금 일깨운 흐뭇한 저녁이었다.

탁계석(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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