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천>
“효는 부모와 윗어른을 공경하고 또 형제자매간에 친하게 지내고 자신의 신분에 맞게 행동하는 거예요”
지난 19일부터 2박3일간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 도립서당에서 진행된 ‘효 문화 체험교육’에 참가한 이장훈군(안산 원곡초 3)은 자신이 배운 효를 이렇게 설명했다.
평택에서 온 이정균군(소사벌초 5)은 “선인들의 효 이야기 등을 훈장 선생님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어요”라며 “집에 가서 꼭 배운 것을 실천하도록 할거예요”라고 말했다.
경기일보와 경기문화재단 공동주관으로 열린 ‘효문화 체험교육’에는 수원과 화성, 평택, 안산 등 4개지역에서 40여명의 초등학생들이 참가했는데 선조들의 효와 예절 등을 통해 효의 의미와 효가 어려운 것이 아님을 배우는 등 아주 유익한 시간이 됐다.
학생들은 2박3일간 서당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경전강독, 효 관련 영상물 관람, 전통배례법·촌수와 인간관계 등 예절교육, 다도, 전통놀이, 부모님 은혜에 대한 명상 및 발표, 효 특강 등 전통적인 효와 예절을 배웠다.
교육에 참가한 아이들은 한결같이 교육 프로그램에 전혀 지루해하지 않았다.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이 없는, 어쩜 아이들에게 재미없고 따분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겠다는 우려와는 달리 너무나 즐거워하는 모습들이었다. 교육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그들에겐 꾀나 어려웠을 법한 경전강독이나 다도 등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비록 어려운 경전강독이지만 옛 선비들이 읽던 방법인 ‘성독’(고저를 넣어 읽는 방법)으로 하는 것이 재미있었고, 제대로 갖춰진 다기세트로 직접 차를 우려내 한껏 폼을 잡아가며 마시는 것이 흥미로웠다는 것.
특히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는 시간, 부모님께 편지쓰는 시간들은 아이들의 눈에 이슬이 맺히게 하는 등 또 다른 의미있는 시간을 갖게했다.
자연속에서 뛰노는 것 또한 아이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닭몰이, 희한한 돌 찾기 등 색다른 놀이를 즐기며 한없이 밝은 표정이었다.
도립서당 한재홍 훈장은 “우리의 아이들은 막연하게나마 효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그것을 일깨우도록 어른들이 조금만 도와주면 확연히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여주>여주>
인터넷에 익숙한 아이들이 의젓한 학동이 됐다.
여주군 흥천면 하다리 청학동 서봉서당(훈장 은희문·45)에서 19일부터 21일까지 효문화 체험교육을 받은 의정부와 인근 초등학생 40여명. 19일 오후 입소식을 갖은 아이들은 긴 댕기를 딴 청학동 청년과 덥수룩한 수염에 한복을 차려입은 훈장선생님과 첫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다른 학교에서 온 친구들과 자기소개 등 상견례를 가지면서 서먹함을 달랬고, 저녁께는 인사예절의 하나로 큰절을 배웠다. 바른 자세에 바른 예의범절이 담겨 있다는 훈장선생의 말씀에 아이들은 사뭇 진지하게 예절수업을 받았다.
2일차 기상시간은 새벽 6시. 게으름을 피울 시간이기도 하지만 각자 잠잤던 자리정돈과 함께 아이들 모두 오전 일과를 위해 부지런을 떨었다. 이어 정신을 가다듬는데 좋다는 아침명상. 은희문 훈장선생이 가부좌를 틀고 아이들은 맑은 새벽공기와 함께 차분한 자세로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오전 일과는 한문강독과 호칭예절 및 촌수, 효이야기 등으로 꾸며졌다. 훈장선생은 효경에서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을 골라 효도에 관한 이야기로써 한문강독을 했다. 아이들이 가장 관심있어 했던 효이야기는 할머니 무릎베개를 해야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여서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점심을 먹고 삼삼오오 모여 전통놀이를 즐기는 시간에는 널뛰기, 제기, 장기 등 손과 발을 재게 움직이며 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모인 아이들은 어느새 10년지기 친구라도 된듯 놀이에 흠뻑 빠졌다. 전통음식인 ‘인절미 만들기’도 빼 놓은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은희문 훈장은 “효와 예의 범절을 가르키기 위해 정신교육도 중요하지만 떡매도 직접 잡아보고 큰절도 배워 보는 등 체험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후께는 바른 언행법과 삼강오륜 강독, 인사예절에서 평절을 배우는 시간. 신나게 마당에서 뛰놀던 아이들은 서당에 들어서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언행법을 배우는 시간이기 때문인지 훈장선생님의 목소리가 다소 가라 앉았다.
아이들은 허리를 곧추세우고 가지런히 자리를 정돈했다. 몇몇은 딴청을 피우기도 했지만 금새 훈장 선생님 말씀에 귀를 쫑긋하고 기울였다.
이날 저녁에는 작은 모닷불을 지펴 놓고 실천적인 효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2박3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학교에 돌아가서 다른 학생들의 모범되고자 마음을 다잡았다.
“인절미 먹을 때가 가장 좋았다”는 홍성호군(덕소초 5)은 “효에 대해 배운만큼 집에서도 부모님께 의젓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3일차는 서봉서당 뒷편 산행을 통해 호연지기를 키웠으며 한문강독과 효 특강이 이어졌다. 특히 부모님께 편지 쓰는 시간을 마련,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기도 했다.
/이형복기자 mercury@kgib.co.kr
<이천도립서당 한재홍 훈장>이천도립서당>
“우리 서당이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하는 등 학교교육이 미처 채워주지 못한 부분을 심어주고 일깨워 주는 장소가 됐으면 합니다”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에 위치한 ‘도립서당’의 한재홍 훈장(40)은 서당을 설립한 자신의 소박한 꿈을 이야기했다.
지난 94년부터 7년동안 남원에서 서당을 운영하다 올 4월 이천과 인연을 맺은 한씨는 “체험교육에 아이들을 보냈던 학부모들이 경기도에서도 서당을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강력하게 추천하면서 자리도 물색해 주고 경제적인 도움까지 주었다”고 서당이 세워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국·영·수 위주의 교육에 떠밀려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에 대한 교육은 뒷전이 되어버린 현 실태를 지적하면서 “요즘 아이들은 부모와 접하는 시간이 별로 없는데다 귀하게만 자라다보니 가정에서 받아야 할 교육을 받지못해 이기적인 경향이 있다”면서 “앞으로 지역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효와 예의범절, 인성교육 등 진정한 의미의 전인교육을 시킬 수
있는 장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당에 들어와 신발벗는 습관에서부터 말씨, 친구간의 대화 등 하루하루 달라져 가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는 한씨는 “이번 효문화 체험교육도 효와 예절에 관한 기본 지식을 습득케하게 하고 이를 실천케해 아이들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여주 서봉사당 은희문 훈장>여주>
“물질 문명이 지배하는 요즘 서당에서의 교육은 제도권에서 할 수 없는 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지난해 겨울 경기도에서는 처음 서당을 개설한 은희문 훈장(45)은 지리산 청학동에서 한학을 배운 청학동 토박이다.
27살부터 학교와 문화센터에서 효와 한학을 강의하면서 잊기 쉬운 우리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다.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제도에서는 부모들이 어른들을 섬기는 것을 보며, 호칭이나 예의범절 등을 그 아이들이 직접 배우는데 핵가족 시대인 지금은 체험적으로 배우기 힘든 것이 예의범절이죠”
이론적인 교육보다는 체험교육이 중요하다는 은희문 훈장은 아이들에게 무조건 예절을 강요하기 보다는 종이가 물에 스미듯 체험을 통해 가르쳐야 하며, 이는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17세때 도산서원에 들렀을 때 처음 서당을 통해 후진을 양성하고자 했으며, 경기도 지역에 서당을 개설해 가까운 거리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여주에 서당을 세웠다.
은희문 훈장은 “예절교육을 한다고 모든 아이들이 경청하는 것은 아니지만 눈에 기운이 느껴지고 메모하며 귀담아 듣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기특하다”며 “짧은 기간이지만 이 아이들이 학교와 가정에 돌아가서 좀더 의젓한 모습으로 생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형복기자 mercur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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