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방콕 데인저러스

부산국제영화제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나 볼 수 있었던 태국영화들이 극장가에 대거 상륙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99년과 지난해 각각 흥행 1위를 차지한 ‘낭낙’과 ‘철의 여인들’, 지난 7월 부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차지한 ‘티어스 오브 블랙 타이거’ 등 10여편이 이미 수입돼 개봉 시기를 고르고 있다.

먼저 태국영화 ‘충무로 입성 1호’로 기록될 ‘방콕 데인저러스’(Bangkok Dangerous)는 22일 간판을 내건다. 지난 7월 ‘티어스 오브 블랙 타이거’와 함께 부천을 찾았으며 지난해 토론토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상을 받았다.

주인공 콩은 고독한 킬러. 어릴 때부터 청각장애와 언어장애를 지녀 따돌림을 받고 자라다가 킬러인 조로부터 사격솜씨를 인정받아 조와 둘도 없는 파트너가 된다. 콩은 약국에서 일하는 폰의 순수한 모습에 이끌려 서로 가까워지는데 공원에서 깡패들의 습격을 받으며 콩의 정체가 드러나자 폰은 그를 멀리하려고 애쓴다.

한편 조는 애인인 밤무대 댄서 아움이 조직폭력배로부터 강간당하자 복수에 나섰으나 죽음을 맞고 아움마저도 무참히 살해된다. 콩은 폰에게 편지를 남긴 뒤 친구의 원수를 갚기 위해 마피아의 아지트로 향하고 콩의 죽음을 예감한 폰은 그를 만나기 위해 집을 뛰쳐나온다.

옥시드 팽과 대니 팽 쌍둥이 형제는 지난해 장편 극영화 데뷔작인 이 영화로 태국비평가협회상 6개부문을 휩쓸며 ‘태국의 우위썬(吳宇森) 감독’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검붉은 피가 화장실 타일 바닥을 적시며 흘러내리는 시작 타이틀이나 총알이 머리를 관통하고 튀어나오는 장면 등은 확실히 우위썬의 비장미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총구에서 뿜어져나온 원이 점점 커지다가 장면이 바뀌는 대목을 비롯해 광각렌즈촬영, 스텝 프린팅(저속촬영후 정상속도로 프린트하는 기법), 핸드 헬드(들고 찍기)등을 동원한 화면을 보면 왕자웨이(王家衛)에

가깝다.

비트 강한 금속성 배경음악, 뮤직비디오를 방불케 하는 빠른 장면 전환, 극도로 절제된 대사, 방콕 홍등가의 오색 불빛과 암흑가 흑백풍 조명의 대비 등은 비교적 단순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고독한 킬러의 내면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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