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스파이더 게임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지성파 흑인배우의 표상으로 군림하고 있는 모건 프리먼이 4년 만에 알렉스 크로스 박사로 돌아왔다.

18일 개봉될 ‘스파이더 게임’(원제 Along Came a Spider)은 97년 ‘키스 더걸’의 속편 격으로 형사와 범죄자의 심리게임을 담은 정통 수사물. 전편의 연쇄살인범에 이어 이번에는 린드버그 신드롬에 빠진 유괴범이 알렉스 크로스 박사와 맞대결을 벌인다.

린드버그 신드롬이란 비행기로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의 아들이 유괴당해 유명해졌던 것처럼 이름난 인물이나 그의 가족을 납치해 언론의 각광을 받으려는 범죄심리를 일컫는 말. 악역 전문배우 마이클 윈콧이 유괴범 게리 손지로 등장해 최고의 납치를 꿈꾼다.

미국 워싱턴 D.C 경찰국의 크로스 박사는 범죄심리학의 최고 권위자로 강간범의 심리수사에 착수했다가 동료 여형사가 숨지자 자신의 실수로 여겨 한동안 칩거에 들어간다.

그러던 어느날 상원의원의 딸 메건 로즈를 납치한 손지가 전화를 걸어 자신을 수사해달라고 요청한다. 로즈를 미끼로 삼아 그의 남자 친구인 러시아 대통령의 아들을 납치하려는손지와 이를 저지하려는 크로스 박사의 대결이 불을 뿜는 가운데 누군가의 개입으로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모건 프리먼의 노련한 형사연기는 전편과 함께 ‘아웃 브레이크’나 ‘세븐’ 등을 통해 익히 알려진 터이고 마이클 윈콧의 성격연기도 일품이지만 크로스의 새로운 파트너 제시카 플래니건으로 등장한 모니카 포터의 연기는 다소 역부족이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뉴질랜드 출신 감독인 리 타마호리의 독특한 색채가 전혀화면에 드러나지 않은 것. 96년 서부극 풍의 갱스터 영화 ‘머홀랜드 폴스’로 할리우드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그는 관객과 평단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그저 그런 수사물을 만드는 데 그쳤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영화가의 통설은 이제 ‘언터처블(untouchable)’의신화로 굳어진 것일까.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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