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멜로영화의 계보를 잇는 ‘선물’은 철저히 감정에 호소하는 영화다.시한부 삶을 태연하게 살고있는 아내와 남을 웃겨야 하는 무명 개그맨 남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색조합에서부터 관객들의 심금을 작정하고 건드리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감지된다.
아프지도, 슬프지도 않은 척 자신의 병을 숨기고 사는 아내 정연(이영애)은 끝까지 꿋꿋함을 잃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슬픔을 홀로 삭인다.
그런 아내의 병세를 눈치채고 가슴 아파하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달해야 하는 얄궂은 삶을 살고 있는 남편 용기(이정재)는 아내에게 바치는 마지막 ‘선물’로 30년 러브스토리를 마임으로 엮어낸다.
이런 스토리 라인에다 눈물과 웃음을 교차편집해 놓은 이 영화는 빛바랜 사진첩을 들여다 보듯 정연과 용기의 초등학교 시절로 수시로 거슬러 올라가 아련한 추억을 더듬기도 한다.
연출을 맡은 오기환 감독의 표현대로 “잃어버린 것에 대한 향수에 젖게하는 복고풍 멜로”를 지향한 탓일까.
개그맨 용기가 죽어가는 아내앞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제3막 ‘별은 빛나건만’의 아리아에 맞춰 눈물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무엇보다 압권. 이정재와 이영애의 슬픔을 삭이는 연기가 그런대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연예계 뒤안길을 서성이는 사기꾼에서 개과천선해 용기-정연 부부의 행복한 이별을 준비해주는 추억의 메신저 학수(권해효), 학철(이무현)의 코믹 콤비연기는 멜로영화가 빠지기 쉬운 지루함을 걷어내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을 제집 드나들 듯 하면서 ‘난, 괜찮아’라고 되뇌는 정연의 시한부인생이 다소 설득력을 지니지 못하고,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그려져 있는 것이 흠으로 남을 것 같다.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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