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친구

추억에는 아련한 감동과 씁쓸함이 묻어나기 마련이다.곽경택 감독의 ‘친구’는 1976년부터 1996년까지 20년간 우정을 나눈 ‘사나이’네명의 추억을 더듬어 가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영화다.

거칠지만 의리가 있는 ‘준석’(유오성), 내성적인 ‘동수’(장동건), 모범생 ‘상택’(서태화), 감초같은 ‘중호’(정운택) 등 100% 토종 부산남자 4명이 주인공이다. 주연 여배우도 등장하지 않는다.

폭력조직의 두목을 아버지로 둔 준석과 가난한 장의사의 아들 동수, 화목한 가정에서 티없이 자란 상택, 밀수업자 부모를 둔 귀여운 중호, 호기심많은 네명의 까까머리 중학생은 음란잡지 플레이보이를 훔쳐보며 낄낄대거나 조오련과 바다 거북이중 누가 빠른가를 놓고 입씨름을 벌이며 진한 우정을 나눈다.

스무살이 됐을때 중호와 상택은 대학생이 됐고 동수는 감옥에, 준석은 마약에 빠져 있다. 그 친구들의 인생행로는 반전을 거듭하다 20대 후반시절 준석은 아버지 조직의행동대장이, 동수는 준석과 등지고 새로운 조직의 행동대장이 돼 일전도 불사해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 처한다.

상의단추 1-2개쯤은 풀어놓은 70년대의 검정색 교복을 걸쳐입고 모자를 눌러쓴 학창시절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 놓은데다 20여년전 달동네 풍경도 온전히 담아내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할 뿐 아니라 사춘기때 주고받는 은어(隱語)마저 온전히 되살려 오프닝 자막이 오른뒤 한참동안은 연신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폭력배로 성장한 준석과 동수의 삶을 보여주는 후반부는 무자비한 살인장면 등을 거침없이 보여줘 소름이 돋게 하는 등 남성영화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유오성과 장동건, 성악도에서 배우로 변신한 서태화, 연극배우인 정운택의 연기도 리얼하다는 평이다.

낡은 흑백사진을 들춰보는 것 같은 인상을 남기는 이 영화에 대해 곽 감독은 “사람냄새, 살냄새가 나는 영화다. 오히려 요즘 블록버스터나 예쁘게 포장된 영화보다 더 이국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면서 “남자들만의 거친 삶, 진한 우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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