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예순네살이 돼도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하나요?”

가슴시린 연인들을 위한 따듯하고 촉촉한 사랑이야기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가 오는 13일 개봉, 올 겨울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멜로물 개봉행진에 가세한다.

박흥식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작은 정원과 분수대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 서울 근교의 서민아파트 상가에서 각각 근무하고 있는 말단 은행원과 보습학원 강사의 특별할 것 없는 사랑이야기다.

대신 그간의 다른 영화들이 사이즈와 스펙터클에 몰두하느라 무시하거나 놓쳐온 것,즉 행간의 여운을 읽는 맛과 일상의 디테일이 섬세하고 밀도있게 살아있다.

은행원 봉수(설경구)는 남몰래 짝사랑을 키워가는 학원강사 원주(전도연)의 속마음을 눈치채지 못한 채 겉도는데…

어느날 우연히 은행 CCTV녹화 화면을 되돌려 보다 자신을 향한 원주의 마음을 읽고 난후 오랜 방황을 끝내고 사랑의 종착역에 다다른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에 골인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뒤따라가며 그들의 미세한 감정변화를 놓치지 않고 드러내 보여주는 것. 때문에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운명의 장난은 찾아볼 수 없다.

어쩌면 별다를 것 없는 사소한 연애 성공기에 불과해 보이는, 평범한 연애담 같은 이 영화는 그냥 스치고 지나갈 수 있는 ‘사랑’에 특별한 의미와 느낌을 부여, 의외로 오랜 여운을 남긴다는 평이다.

또 ‘재미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박 감독의 영화관을 보여주듯 코믹한 대화가 중간중간 녹아있어 수시로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등 잔재미도 곁들여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는 설명이다.

다만 따분한 두 남녀의 일상을 되풀이 해서 보여줌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다소 지루함을 느끼게 할 소지는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기도 하다.

‘해피엔드’에서 욕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을 농염하게 연기해 낸 전도연과, ‘박하사탕’ ‘단적비연수’로 지난해 최고의 남자배우로 성장한 설경구의 연기변신이 눈에 띈다.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