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의 문화재 훼손되지 않은채 보존

경의선 철로 복구 등 북한과의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민통선 군사보호구역내의 문화유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민간인통제구역(DMZ)으로 50년 가까운 세월동안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던 이곳의 문화유적이 크게 훼손되지 않은채 보존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경호 기전문화재연구원장이 최근 ‘기전문화예술 겨울호’에 발표한 ‘DMZ문화재’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구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와 고려·조선시대의 중요 유적들이 폭넓게 분포돼 있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까지 학술조사를 통해 보고되었던 민통선 지역내의 문화재는 모두 70여곳이며 그중 비무장지대내의 유적은 3곳이다.

이들 유적은 지역적으로는 경기도의 파주시 및 연천군, 강원도의 철원군, 인천광역시의 강화군에 집중돼 있으며 강원도 고성군과 양구군에서도 불교유적과 선사유적이 확인되고 있다.

영서지역의 중심지역이었던 철원군에는 많은 유적들이 확인되었는데 특히 궁예도성을 비롯한 궁예 관련 유적들이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 궁예도성은 궁예가 후삼국시대때 국호를 마진으로 정하고 도읍을 철원으로 옮기면서 세운 성으로 비무장지대내에 위치해 학술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따라서 남북이 공동으로 발굴조사를 한다면 후보 일순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임진강과 한탄강 수계에 위치한 경기도 연천군과 파주시, 김포시에는 구석기 유적을 비롯해 신석기, 청동기시대의 유적이 강안(江岸)을 중심으로 확인되는 한편 고구려와 백제의 치열한 공방전이 이뤄진 지역인 까닭에 삼국시대의 관방유적이 분포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유적으로는 파주 장단지역의 ‘서곡리 벽화고분’과 연천 삼곶리의 ‘적석총’등이다. 서분리 벽화고분의 구조와 벽화내용은 고려시대 귀족무덤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다 연대가 알려진 무덤이라는 점에서 귀중한 미술사적·고고학적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또 적석총은 남한지역에서는 극히 드물게 보여지는 돌무지무덤으로 고구려의 전형적인 무덤이며 다른 민족들의 무덤양식과 확연히 구별되는 독창적인 양식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임진강 유역은 개경과 한양에 가깝고 교통의 요충지에 입지한 관계로 고분유적이 밀집되어 있고, 강화도에는 그 지형적인 여건에 의해 관방유적이 밀집해 있다. 특히 강화도 북방지역에 있는 ‘돈대’와 ‘연미정’은 민통선 지역중에서 대표적인 해안유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밖에도 태조 왕건이 고려 건국 후 개경으로 천도하면서 자신이 살던 집터에 지었다고 전해지는 ‘철원향교’, 김응하장군의 뜻을 기리기 위해 영정과 위패를 모시고 있는 ‘포충사’, 보장왕 6년(647)에 창건될 당시 홍림사로 불리었다던 ‘심원사’등도 손꼽히는 문화유적이다.

장경호원장은 “문화유적이 있는 곳은 앞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자유로워져 역사교육의 장이 될 수 있는 행정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이 지역의 자연과 생태계, 문화유산을 하나하나 조사·연구해 통일이 된 후에도 이곳이 세계유산이 되도록 기반을 닦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