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성적을 위해서는 특급 포인트가드를 확보해라’배구에서 각 공격수들에게 볼을 배급하는 세터의 역할이 중요하듯 프로농구에서도 각 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경기를 리드하는 걸출한 포인트가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시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3일 경기를 마친 후 5일간 휴식기에 있는 2000∼2001 애니콜 프로농구에서 현재 11승2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수원 삼성과 반게임차로 뒤를 쫓고있는 창원 LG(11승3패)의 상승세도 따지고 보면 포인트가드의 능력이 강화됐기 때문.
드리블과 볼배급이 좋아야 하고 넓은 시야와 빠른 두뇌회전까지 갖춰야 하는 포인트가드는 무엇보다 감독의 지시를 받아 작전을 수행하는 ‘코트의 지휘자’.
따라서 포인트가드의 경기운영 능력이 좋으면 원활한 패스와 슛이 이뤄지고 수비도 안정돼 다양한 작전을 구사할 수 있다.
올시즌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는 삼성은 프로 4년차인 주희정이 물오른 기량으로 공·수를 완벽하게 조율하고 있고 뒤를 받쳐주는 강혁도 필요할 때마다 제역할을 다해줘 포인트가드의 안정이 팀 상승세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삼성을 0.5 경기차로 뒤쫓고 있는 LG의 경우 노련한 오성식이 버티고 있고 식스맨인 배길태와 김태진도 안정된 플레이를 보여줘 포인트가드진이 두터운 것이 강점.
지난해 꼴찌에서 3위로 부상한 인천 신세기는 포인트가드만 좋았다면 더 좋은 성적을낼 수 있었다는 평가 속에 명가드 출신 유재학 감독의 용병술로 가드진을 꾸려왔지만 최근 안양 SBS로부터 포인트가드 홍사붕을 영입, 한층 전력을 강화했다.
반면 2승12패로 꼴찌인 대구 동양은 시즌 초에 슈팅가드인 김병철을 포인트가드로 전환하는 고육책을 썼다가 11연패의 나락에 떨어질 정도로 가드의 중요성을 절실히 실감했다.
현재는 이인규와 김광운을 번갈아 기용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타 팀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지는 느낌이고, 우수한 포워드들이 즐비한 여수 골드뱅크도 포인트가드진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챔피언에서 중위권으로 밀린 청주 SK는 황성인의 공백을 신인 임재현이 아직까지 완벽히 메워주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국내 최정상급 포인트가드인 강동희, 이상민을 보유한 부산 기아와 대전 현대가 모두 정상에 올랐던 전력이 있고, 신기성을 보유한 원주 삼보도 언제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올 시즌 판도는 ‘포인트가드 싸움’이 좌우할 전망이다./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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