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의 자서전 ‘나의 조국 나의 국민’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쿤둔’은 다섯살 나이에 ‘쿤둔’의 자리에 올라 신앙을 완성해가는 모습, 그리고 중국의 암살 위협을 피해 기나긴 망명길을 떠나야 했던 어린 소년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비열한 거리’, ‘분노의 주먹’등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달라이라마 전기를 그린 영화를 제작하고자 했을 때 모두 의아해 했다고 한다.
‘가장 미국적인 감독’이라고 평가받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티베트와 달라이라마는 어쩌면 너무나 생소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늘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곳’티베트로 눈을 돌려 생소한 그곳의 문화와 달라이라마의 성장 과정을 담아낸 ‘쿤둔’은 사실 그의 오랜 주제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폭력과 야만의 시대’에 그것도 어린 소년이 비폭력과 평화주의적 방법으로 어른도 감내하기 힘든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나가는 모습은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이 영화에는 극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갈등이나 대립은 찾아 볼 수 없다. 심지어 티베트 침략을 주도한 중국 공산당의 마오쩌둥조차 깍듯한 예의를 갖췄던 신사적인 인물로 그려져있다.
지루함을 탈피하기 위해 감독은 때와 장소를 뒤섞는 파격적인 편집을 시도했다. 또 티베트의 앞날을 상징하듯 토막난 시체를 독수리들이 뜯어먹는 모습이나 승려들이 집단 살해돼 누워있는 모습 등 평화로움과 대비되는 충격적인 영상을 간간이 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실제 달라이라마의 조카가 달라이라마 ‘생모’역을 맡는 등 달라이라마와 관련 있는 사람들이 주변 인물로 캐스팅됐다. 또 성인 달라이라마를 연기했던 텐진 듀톱차롱을 비롯해 단 한 명의 전문배우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형복기자 mercur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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