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 소재인 ‘전생과 인연’이란 모티브를 활용해 드라마틱한 서사구조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덧씌운 팬터지 멜로물, ‘단적비연수’가 많은 관심속에 드디어 11일 개봉한다
신예 박제현 감독이 야심차게 내놓은 데뷔작 ‘단적비연수’는 제작비가 무려 45억원이라는 투입됐는가 하면 9개여월 동안 전국 각지를 누비며 촬영이 이뤄진데다 개봉전 일본배급마저 확정돼 일찍이 영화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은행나무 침대’의 후속편인 이 영화는 이런 각종 진기록에 걸맞게 웅장한 선율을 탄탄한 스케일과 팬터지로 일단은 두터워 보인다. 국내 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어 더욱 그렇다.
하늘과 땅을 다스리는 정령의 ‘신산(神山)’아래 매족과 화산족이 살고 있었으나 천하를 다스리겠다는 욕망 때문에 매족은 저주를 받아 모든 것을 잃고 부족재건의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매족의 여족장인 ‘수’(이미숙)는 화산족의 씨앗인 ‘비’(최진실)를 출산한뒤 부족영생을 위해 ‘비’를 제물로 바치려 하나 화산족에게 빼앗기고 만다.
이로 인해 화산족 마을에서 성장한 ‘비’와 화산족의 왕손인 ‘연’(김윤진), 족장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싸우는 무사 ‘단’(김석훈)과 ‘적’(설경구)은 비극을 예고하는 엇갈린 사랑에 빠져 서로에게 칼날을 겨누는 운명에 직면한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단’과 사랑에 비장감을 드러내는 ‘적’, 슬픈운명을 타고난 ‘비’, 애절한 ‘연’, 이들의 사랑의 운명을 지배하는 ‘수’의 인연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있다.
전체적인 큰 줄기는 운명에 순응하는 인물과 운명을 거역하며 헤쳐 나가는 인물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고있다.
마, 가죽, 모피, 대나무 등 천연소재를 활용한 의상과 금속성 장신구에다 태고의 풍광을 잘 담아낸 영상과 파워풀한 액션이 돋보인다.
그러나 시종일관 웅장하긴 하지만 단조로운 리듬과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초반부 진행, 지나치게 강조한 팬터지, 일부 연기자들의 판에 박은듯한 천편일률적인 연기 등이 영화의 웅장한 스케일에 흠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형복기자 mercur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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