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참사 연례행사인가

엊그제 밤 7명의 생명을 앗아간 성남 지하 단란주점 화재사고 역시 안전불감증과 행정기관의 직무소홀이 빚은 참사였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23명의 어린 생명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 화재와 50여명의 고교생들이 떼죽음을 당한 인천 호프집 화재의 재판이라는 점에서 더욱 분통이 터진다. 1년전 참변을 거울삼아 행정감독을 철저히 하고 유흥업소에 대한 안전을 제대로 점검했다면 이같은 참사는 또다시 되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이해되지 않는 것은 화재가 발생한 단란주점의 일부가 다방으로 허가돼 있다는 사실이다. 당초 67평의 영업장은 92년 중원구청으로부터 전체면적중 일부를 유흥주점으로 허가받고 일부는 다방으로 허가받은 뒤 전체를 목재합판으로 칸막이를 하고 룸 7개를 만드는 등 유흥주점으로 꾸며 불법영업을 해오다 일이 터진 것이다. 관할 지도 감독기관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다방영업장을 단란주점으로 불법용도변경까지 하면서 버젓이 영업해온 것을 적발하지 못했다면 직무유기이며, 알고도 놔두었다면 묵과할 수 없는 범행이다. 이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 처벌해야 한다. 또 문제의 업소는 성남소방서가 지난해 10월 정기점검 결과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정됐으나 이날은 소방법상의 각종 안전장치가 전혀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자동화재탐지기와 옥내 소화전은 설치돼 있었으나 전혀 작동되지 않았으며 소화기는 비치되지 않았다. 소방점검에 허점이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이번 화재는 지하층에서 발생할 때마다 체험하는 종래의 화재양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입구는 좁고 내부는 가연성 실내 장식물로 가득 채워져 있었으며 형식상 비상구는 있기는 했으나 유도등도 없고 물건을 놓아 통로 일부가 막혀 있었다. 게다가 다중집합 이용업소에 대한 정기소방점검이 종래 1년에서 올부터 2년으로 완화된 것도 문제다. 앞으로 소방관련법의 허점을 보완하고 소방점검을 철저히 함으로써 화재 취약건물이나 업소의 방화 및 진화체제를 완벽히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당국은 화재사고가 날 때마다 지하 유흥업소를 중점 대상으로 소방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다짐해 왔다. 그러나 과거 수없이 되풀이해 왔으면서도 지하 유흥업소 등의 화재 무방비 상태는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는 사실을 당국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수박 겉핥기식 점검은 아무리 반복한들 소용이 없다. 따라서 문제의 업소에 대한 소방점검과정에서 잘못은 없었는지 철저히 가려내 직무소홀자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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