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도 모르는 대사의 망발

국익을 최우선 업무지침으로 실행해야 할 대사라는 외교관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협상과 노근리 사건 등 한·미간의 민감한 현안에 대하여 우리 정부의 입지를 약화시킨 몰상식한 발언을 했다.

지난 21일 서울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한 양성철 주미대사가 영문일간지 코리아타임스와 가진 회견에서 SOFA협상에서 환경·노동문제 등을 제외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은 실언도 보통 실언이 아니다.

“한국정부는 환경·노동·검역문제 등 이른바 트랙Ⅱ이슈를 SOFA조항에 넣으려고 하고 있으나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한·미상호방위조약 부속문서로 넣는 문제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한 것이다. 양성철씨가 한국의 대사, 그것도 과연 주미대사인가를 의심케 하는 망발이다.

SOFA는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거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SOFA협상이 잘 안된다고 어떻게 이 조항을 더 상위개념인 한·미방위조약 부속문서에 삽입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않아도 미국측이 환경·노동·검역조항 신설에 대해 꺼리고 있는 상황임을 뻔히 알면서 주미대사라는 사람이 2차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공공연히 했으니 그냥 묵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노근리 사건 발언도 수상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군지휘관이 피란민에 대해 사살을 명령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며 사건을 직접 목격한 사람도 찾기 어렵다”면서 “희생자의 실상을 포함한 법적인 접근법을 하면 상황이 복잡해지니 상호동의할 수 있는 선에서 해결방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마치 백악관 대변인처럼 말했다.

그러니까 양성철대사의 주장은 SOFA개정협상시 환경조항 등은 포기하고 노근리 사건은 미군범죄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논의치 말자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주미대사가 미국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다니, 외교관으로서의 자질을의심치 않을 수 없다.

국민과 국익에 반할뿐 아니라 비자주적이고 반민족적인 발언을 한 양성철 대사는 구차한 변명은 하지 말고 당장 사죄하고 거취표명을 분명히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 또한 양대사의 발언이 정부의 방침인지 아닌지를 공식적으로 해명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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