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피델리티

‘육체와 마음중 어떤 것을 지키는 것이 더 순결한 것인가?’

인간의 욕망에 관한 솔직한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어온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이 ‘(부부간의) 정절’이란 의미의 영화 ‘피델리티’(Fidelity)에서 던진 질문이다.

이런 질문에 답하려는 듯 꽤나 많은 인물군이 등장해 인간내면에 감춰진 선악과 질투, 독점, 욕망 등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이렇듯 다양한 인물을 내세운 가운데 줄랍스키 감독은 ‘당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 은밀히 감춰두고 있는 게 무엇이냐’며 노골적으로 관객들의 폐부를 찔러댄다.

지금은 헤어졌지만 한때 그와 결혼해 5살된 아이까지 둔 소피 마르소가 주연을 맡아 진정한 순결의 의미를 묻고 있다.

젊고 아름답고, 성적으로 개방적인 사진작가 클레리아(소피 마르소)가 길모퉁이 꽃집에서 사진을 찍다 우연히 만난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인 출판사 사장 클레베(파스칼 그레고리)를 만나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큰 잡지사 회장의 여동생과의 정략결혼 약속을 깨고 클레베는 클레리아의 매력에 흠뻑 젖어 그녀와 결혼을 하고, 클레리아도 그의 순수함과 자상함에 반해 안정적인 결혼생활에 빠져든다.

그러나 클레리아는 남편과는 달리 거칠기 짝이 없고 사회의 어두운 면을 피사체의 대상으로 삼아온 연하의 사진작가 ‘네모’(기욤 카네) 를 알게 되면서부터 마음이 흔들린다.

클레리아는 한 남자의 아내로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네모’와의 관계를 끝까지 거부하지만, 클레리아의 사랑을 잃어버린 클레베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방황하다 불륜의 증거를 찾기 위해 그녀에게 파파로치까지 붙이게 된다.

남녀의 사랑과 방황이란 소재로 ‘성적 순결’의 의미를 집요하게 짚어가는 줄랍스키 감독은 현대사회의 심장부를 파헤쳐 보이는 것도 역시 잊지 않는다.

실력있는 사진작가인 클레리아가 예술의 순수성을 지키지 못하고 옐로 잡지인 ‘맥로이’와 타협하는 것에서부터 이윤획득을 위해 마구잡이로 사업을 확장하는 맥로이사, 돈벌이가 되지 않는 동화책 출판을 포기하고 맥로이에 합병되는 클레베의 출판사 등에 이르기까지 자본이 좌우하는 사회질서가 스크린을 들락거린다.

복잡하게 얽힌 등장인물간의 관계와 수시로 등장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 등이 겹쳐 있어, 예술성을 제대로 펼쳐 보이기 위해 프랑스로 망명한 폴란드 출신 줄랍스키감독 특유의 작품세계를 단박에 이해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30일 개봉.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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