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마치 고유가를 최대한 교묘히 이용하는 것 같은 불쾌한 인상을 준다. 산업자원부가 고유가 대책으로 밝힌 전기요금 인상방침도 염치없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외국, 특히 비산유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만큼 에너지 소비절감 차원에서 유가정책과 마찬가지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자부의 이러한 방침의 이면에는 매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3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한국전력의 경영을 개선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산자부는 일단 산업용 전기요금은 그냥 두고 월간 사용량이 300㎾ 이상인 가정에 대해서만 요금 할증폭을 50%가량 높이는 등 산업 및 일반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면피에 지나지 않는 속셈이다.
장기적으로 현행 7단계인 가정용 요금 누진체계를 4∼5단계로 축소하고 전체 전력소비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도 단계적으로 현실화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문제는 당장 산자부가 추진하겠다는 대로 전기 과다사용 가정에 대한 요금인상만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월 전기사용량이 300㎾ 이상인 가구는 전체 가구수(1천600만가구)의 7.6%, 가정용 소비량의 13%에 불과해 에너지 절약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전력소비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과 일반가정의 요금 인상은 불가피해질테고 산자부는 이를 추진할 것이다.
국민을 얕잡아보는 상투적인 인상수순이 손금처럼 드러나 있을 뿐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의료보험료수가 대폭 인상에다 태풍 피해 등 물가인상 요인이 그야말로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난국에 매년 1조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한국전력의 전기요금을 고유가에 슬며시 끼워 인상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 불씨를 꺼보겠다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산업자원부는 가계에 부담을 주고 국민의 불신과 불만만 가중시키는 전기요금 인상계획을 당장 백지화하기 바란다. ‘에너지 소비절감 차원’에서 유가정책과 같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산업자원부의 인상계획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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