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여객운항 뱃길10년 대륙을 내품안에

오는 9월15일이면 한·중간 정기 국제여객선 항로가 개설된지 10년을 맞는다.

10년동안 위해·청도·천진 등 한·중 카페리 여객선이 오가는 중국의 6대 도시는 하루가 다르게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다.

국제 여객선이 취항하고 있는 중국 6대 도시의 변화속에 이들 여객선의 국내 기항지 역할을 해 온 인천항도 오는 10월 새로운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이 개장되는등 올해를 기점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념 및 체제가 다른 양국간 교류의 물꼬는 지난 90년 인천∼중국 위해 항로에 8천387t급 카페리 여객선 ‘골든브릿지’호가 취항하면서 시작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하나의 모험으로 여겨졌던 한·중 항로 개설은 중국의 대외 개방정책과 한국의 북방 외교정책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해 2년후 한·중 수교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한·중 정기 국제여객선 항로가 처음으로 개설된 중국 위해시는 항로개설 당시 인구 수십만의 조그만 어촌 도시에서 현재는 260만의 국제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위해시 중심지역인 환취구는 중국내 ‘코리아타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보따리 무역상들과 한국을 알고자 하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양 도시의 뱃길을 통한 활발한 교류로 골든브릿지호는 취항후 1년8개월만에 여객 10만명을 실어나르는 실적을 올렸으며, 3년뒤에는 여객과 화물을 더 많이 태울 수 있는 1만6천t급 ‘뉴골든브릿지’호로 교체된 뒤 현재는 2만6천t급 신형 카페리가 취항하고 있다.

한·중 국제 여객선 항로는 이후에도 지난 91년 12월 인천∼천진항로에 이어 93년 5월 인천∼청도, 95년에는 인천∼대련 항로가 개설돼 이들 4개 항로를 통해 연간 20만명이 넘는 이용객과 6만7천여TEU(1TEU=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의 화물이 오가는 양국간의 인적·물적 교류를 크게 확대시켰다.

양국간의 뱃길을 통한 경제 협력 등 각종 교류 활동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지난 98년 7월과 8월에 단동과 상해 항로가 한달 간격으로 개설되는등 지난해 한·중 6개 항로 여객선 이용객이 사상 최대인 36만9천여명에 달하고 컨테이너 물동량도 11만5천여TEU에 이르는등 활력을 더해 가고 있다.

뱃길을 통한 양국간의 화려한 교역 증대 이면에는 보따리 무역상을 둘러싼 미묘한 양국의 입장이 한·중 카페리 교역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양국 정부간에 극적으로 타결된 중국산 마늘 교역 마찰도 한·중 여객선을 이용하고 있는 보따리 무역상들과 상당한 역학 관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중 카페리 항로 개설 초기 화교나 조선족이 주류를 이루던 보따리 무역상은 지난 97년 말 우리나라가 IMF체제에 들어가면서 일자리를 잃은 내국인들이 대거 몰리기 시작, 현재 항로 여건상 승선이 여의치 않은 상해 항로를 제외한 5개 항로에 2천여명(추정치)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중 카페리 여객선 이용객의 80∼90%를 차지하고 있는 보따리 무역상을 통한 교역량은 지난 98년 기준으로 10억달러(추정치)를 웃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때 양국 교역에서 이들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보따리 무역상의 특성상 국내에서 공산품을 중국으로 가져가 배달하거나 판매한뒤 중국에서 국내에 반입하는 각종 농산물을 둘러싼 양국의 입장이 묘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쪽은 국내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보따리상이 반입하는 중국산 농산물 양을 규제하고 중국도 국산 공산품의 중국 반입을 막는 식으로 맞 대응하고 있어 최근 마늘 분쟁에서 보듯 보따리 무역상을 통한 농산물 교역이 양국간 마찰의 주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 중국의 경제 발전 능력을 고려할때 우리 정부는 보따리 무역상들이 반입하고 있는 중국산 농산물을 단순히 규제하는 차원의 정책보다 향후 양국간 경제교류 확대를 통한 실리적 측면의 한·중 교역이 이뤄질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따리 무역상을 통한 농산물 반입 문제와 함께 인천항을 통한 한·중 여객선 운항의 또 따른 문제는 해마다 늘어나는 물동량 및 여객 수요에 대처할 만한 수용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중 카페리 항로의 중심 역할을 해 온 인천항의 경우 현재 사용중인 임시 국제여객터미널은 여객선 두 척이 동시에 입항하는 날이면 아수라장을 방불케하는 등 터미널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한 가운데 한·중 카페리 여객선 취항 10년을 맞는 올해는 지난 1월과 3월에 인천∼위해 등 2개 항로의 여객선이 2만6천t급 초대형 카페리 여객선으로 대체돼 투입된데다 지난 6월 19일부터 6일동안 제주와 서울에서 열린 제 8차 한·중 해운협의회에서 인천∼연대간 항로가 연내에 개설될 전망이다.

인천해양수산청는 이에따라 매년 증가하고 있는 한·중 여객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난 96년부터 작업에 들어간 연안부두일대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5천553평 규모의 새로운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을 오는 10월 개장하는 한편 기존 터미널에 3천300평 규모의 여객터미널을 민자로 신축, 2원화된 터미널 운영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와관련, 한·중 여객선사 관계자는 “한·중 카페리 항로가 지난 10년동안 양국의 경제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해 왔다”며 “향후 중국의 경제 발전 속도를 감안할때 그동안 보따리상 중심으로 이뤄지던 탑승 여객 패턴이 앞으로는 관광객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때 서비스 향상을 통한 관광 수입 증대 등 중국 관광객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인치동기자 cd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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