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시행 이후 사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병원 등에서 약을 나눠줄 수 없게 되자 이들 재단에서 무료진료·투약혜택을 받아온 노인들이 약값이 없어 약을 사지못하는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약값이 없어 약을 살 수 없으니 주사만 놓아 주세요”
4일 오전 인천시 남구 주안동 인천경로의원(사회복지법인 한국경로복지재단) 진료창구에는 노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졌다.
그동안 무료투약과 진료를 받아온 노인들이 이제는 무료투약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아예 주사만 놓아달라고 통사정 하는 것.
잠시 후 이 병원에는 시내 S약국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70대 노인이 처방전을 갖고 왔으나 약값을 가져 오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경로의원측이 약값을 대신 지급키로 해 일단 노인에게 약은 전달됐으나, 노인은 약을 받아들고는 울며 돌아갔다고 약국측은 전했다.
같은 날 동구 송현동 소재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 병원 관계자는 병원 앞에서 약값(1천원)이 없다며 약처방전을 찢는 노인을 발견했다.
이 병원에 따르면 의약분업 전에는 연꽃마을을 방문하는 1일 220명의 환자 중 90%인 200명에 대해 무료투약 처방을 해 왔다.
그러나 의약분업 후 약을 나눠줄 수 없게 되자 환자들이 약처방전을 원하지 않아 1일 방문환자의 50∼60%인 100여명에게만 처방전을 발부하고 있다.
그러나 처방전을 받은 환자 대부분이 병원문을 나서기가 무섭게 처방전을 찢어버리거나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약값은 ‘정액제’에 따라 8천원까지는 개인이 1천원을 부담하며, 이를 넘을 경우 ‘정율제’에 따라 약값의 30%를 개인이 부담토록 돼 있다.
원용준 한국경로복지재단 사무국장은 “약은 필요없고 주사만 놓아 달라는 노인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며“경로병원 등에 대한 보완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호기자 s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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